세어도 25가구에 무슨 일이… 평온한 섬마을 때아닌 ‘쌀전쟁’

선광, 10년째 月 20kg 5포대씩 지원
일부 주민 “친분따라 차별” 거센 반발
어촌계장 “무늬만 주민들 배분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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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했던 섬마을이 쌀 때문에 ‘싸움판’이 됐다.

 

9일 모래 및 자갈 채취업체인 (주)선광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인천 서구 세어도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매월 20kg 짜리 쌀 5포대씩을 10년째 기부하고 있다.

 

세어도에는 현재 25가구 36명이 살고 있다.

선광은 10년 전 세어도 인근에서 모래 하역작업을 해오다 동네 어장이 피해를 입게 되자, “돈으로 보상하긴 어렵고 대신 쌀을 줄 테니 주민들이 나눠가지라”며 매월 쌀 기부를 해오고 있다.

 

사업을 폐쇄한 지는 4년 가까이 됐지만, 쌀 기부는 10년째 이어져 왔다.

 

그러나 그 동안 쌀을 어떻게 배분했는지를 놓고 섬 주민들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10년 동안 10포대 이상을 받았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기간동안 1포대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주민도 생겨났다.

 

선광에서 기부하는 쌀은 세어도 A어촌계장이 받아와 배분을 했으나, 주민들 간에 갈등이 생기자 지난해 초부터는 통장이 받아와 배분을 한다.

 

이와 관련, 섬 주민 B씨는 “어촌계장이 9년 가까이 쌀 배분을 맡으면서 자신과 친한 주민들에게만 쌀을 주고 사이가 안 좋으면 한 톨도 안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동안 어촌계장이 받아온 쌀의 양만 540여 포대지만, 주민들에게 확인을 해보니 받은 쌀의 양이 100여 포대가 안됐다”며 ‘배달사고’를 의심했다.

 

또 다른 섬주민은 “우리 집이 받았던 쌀은 지금까지 대략 3∼4포대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남들은 얼마나 받았는지 물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어촌계장은 “동네 어르신들 위주로 쌀을 드렸으나, 나중에 이 분들이 하나 둘 돌아가시게 돼 젊은 사람들까지 나눠주면서 잡음이 생긴 것 같다”며 “쌀 배분을 문제 삼고 있는 사람은 동네주민으로 등록만 해놓고 섬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잘라말했다.

 

주민들 간에 논란이 커지자, (주)선광은 쌀 기부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선광 관계자는 이날 “세어도 인근에서 해오던 회사의 사업은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좋은 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기부를 해오고 있다”며 “계속 배분 문제로 말썽이 생겨 이제는 지역주민 대신 서구청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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