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중 교수 비웃는 학생들… 무너진 교권

초·중·고교 이어 대학마저 ‘교권침해’ 심각
도내 A대학 강의 시간에 잡담 항의 받자 무시하고 수면 취해
커뮤니티에 험담 내용도 게재 교수들 “화나지만 참을 수밖에”

경기지역 초·중·고교에서 교사에 대한 교권침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성의 요람’인 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교수를 폄훼하는 행동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이와 같은 현상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확산되면서 교권 회복을 위한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도내 일선 대학교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A 대학교 예술학과는 이달 초부터 교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예술학과 전공 수업시간에 17학번 여학생 8명가량이 수업시간에 교수의 말을 무시한 채 잡담을 나누다 다른 학생들로부터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방해한 학생들은 이 같은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수업 시간에 잠을 자기까지 했다.

 

재학생 K씨(26)는 “수업이 재미가 없든 들을 만한 가치가 없든 교수님 앞에서 정말 무례했다”면서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몰상식한 행동에, 같은 학과인 게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교 법학과도 교권 침해 논란으로 시끄럽다. 법학과 전공 수업시간에 일부 학생들이 강의실 뒷자리에서 교수의 말투를 흉내 내거나 비꼬는 말을 내뱉는 등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다.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이 같은 행동에 분개했고 대학 커뮤니티에 해당 수업에 대한 글을 게재, 사건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도내 B 대학교는 익명이 보장된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일부 교수를 험담하는 내용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 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교수의 수업은 정말 수준이 떨어진다’, ‘수업을 듣는 것보다 잠을 자는 게 낫다’는 등 실명을 거론하며 교수를 폄훼하는 글들을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이에 해당 대학의 한 교수는 “수업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교수가 학생을 타박한 일을 들먹이며 비난하는 글이 대학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온다”면서 “교수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만 대상이 학생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가곤 한다”고 답답해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같이 상황이 심각해지면 학교 위원회 또는 소송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총 관계자는 “수업 침해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학교 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교수권 또는 수업권 침해는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는 심각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2015년 417건, 지난해 477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유형별로 폭행, 폭언·욕설, 교사 성희롱, 수업진행방해 등이며 폭언·욕설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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