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안내 못받아 지각 속출… 저녁은 편의점서 때워
파견 교사, 학생 관리 어려움… 학부모는 귀가 늦어져 걱정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후반기 역점사업 ‘경기꿈의대학’이 개강한 10일 강좌가 열린 경기도내 대학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대학까지 먼 길을 온 학생들은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해 지각하기 일쑤였고, 석식 금지 정책으로 저녁식사도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강의를 들었다. 특히 중간고사 일정과 겹쳤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도교육청이 학교 일정조차 맞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오후 7시께 경기꿈의대학이 열린 수원 경기대학교를 찾은 학생들은 캠퍼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학교 정문에서 강의 건물까지 10분 이상 소요되는 까닭에 강의실을 제대로 찾지 못한 학생들이 우왕좌왕한 것이다. 건물 내에도 명확한 강의실 안내 표지판이 없어 지각하는 학생도 속출했다.
저녁을 먹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내 편의점에 들러 김밥과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줄잡아 40여 명의 학생들은 편의점에 길게 줄을 지어 계산을 기다리기도 했다. 수원 한 고등학교에서 온 P군(18)은 “급하게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했다”면서 “길을 잘 못 찾아서 뛰어오느라 숨이 차다”고 헐떡였다.
같은 시간 인문학 강좌 2개가 진행된 의정부 경민대학교를 찾아온 학생들의 표정 또한 밝지만은 않았다.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진행된 탓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40여 명이 지원한 강좌에 20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건물 밖에서 대학생들이 흡연을 하며 매캐한 담배연기까지 들어왔다.
의정부 한 고교에 다니는 K양(18)은 “선생님들이 학업에 지장이 있으니 요령껏 선택해 들으라고 했다”면서 “친구들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모두 학원에 갔다. 이 수업을 선택한 이유도 학원과 과외 시간을 피해 남는 시간에 신청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 1학년생 P양(17)과 N양(17)은 “대학갈 때 생활기록부에 한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듣게 됐다”면서 “우리 반에서 우리만 유일하게 듣는다. 입시준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저마다 고충을 털어놨다. 학부모들은 먼저 밤 9시 끝나는 강좌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이날 7개 강좌가 진행된 군포 한세대학교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고2 아이가 듣고 싶은 강좌가 있다고 해서 용인 집에서 30분 정도 차를 태워 데리고 왔다”면서 “늦은 시간에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와야 한다고 해서 아니다 싶으면 중도에 포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또한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강좌를 듣다 보니 감독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파견교사는 “우리 학교가 아닌 학생을 어떻게, 어디까지 관리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간 시비라도 붙을까, 사고가 날 경우 어디까지 돌봐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경기꿈의대학에는 도내 전체 고교생(43만8천여 명) 중 4.5% 수준인 1만9천788명만이 수강을 신청했다.
조철오ㆍ정민훈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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