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서 의혹 보도 규탄
해명 논리, 상식에 맞지 않아
시민·도민ㆍ검찰의 판단 몫
경기일보 보도의 주어는 ‘모 도의원’이었다. 확정되지 않은 의혹 보도의 기본 수칙이다. 그 익명(匿名)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고 의원 스스로 1,300만 민의의 전당에서 공개했다. 구어체(口語體)의 발언을 문어체(文語體)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다시 ‘왜곡했다’는 불평이 올까 걱정이다. 그래서 재차 읽으며 정리한 녹취록의 취지는 이렇다. ‘땅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투기할 생각이 없었으며, 개발지 변경 추진은 소신이었다.’
부동산 투기 논란을 보자. 문제의 ‘법곳동 땅’은 일산TV 사업부지 안에 있다. 사업이 추진되면 이 땅은 수용된다. 반대로 사업지가 옮겨가면 그대로 남는다. 사업부지 결정에 따라 땅 가치는 분명히 달라진다. 고 의원은 사업부지를 옮겨가라고 밀어붙였다. 의도했든 안 했든, 이 논리의 결론은 본인 토지가 수용되지 않는 쪽으로 끝난다. 어떻게 표현하더라도-투기 또는 투자 또는 관리- 재산 가치의 변동을 부르는 행위다. ‘의혹있다’고 봄이 상식 아닌가.
명의신탁 주장도 그렇다. 애초 법률적 용어는 아니다. 세금 회피나 소유 은폐를 위한 편법으로 쓰였다. 그래서 부동산실명법이 범죄로 규정했다. 더구나 공직자다. 재산 상황을 투명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고 의원은 21년 정치하면서 25년간 명의신탁을 해놨다. 그리고 하필 도시개발사업이 정해지기 한 달 전에 명의를 찾아갔다. 그 스스로도 “죄가 있으면 죄를 받을 거고…”라고 전제했다. 명의신탁에 당당할 수 없음을 밝힌 것 아닌가.
법관 회피 제도라는 게 있다. 법관이 스스로 재판을 피한다. ‘불공평한 재판을 할’ 우려 때문이 아니다. ‘불공평한 재판으로 보일’ 우려 때문이다. 이를테면 법관이 피고와 8촌 관계다. 그 사실을 숨기고 재판했다. 재판은 끝났고 피고가 이겼다. 이 사실을 후에 원고가 알았다. 틀림없이 불공평 의혹을 제기할 것이다. 법관의 양심과는 무관하게 오해는 사게 돼 있다. 그래서 법관이 스스로 그 재판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사법부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고 의원은 일산시민의 대변자다. 그 업무가 공정해야 함은 사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에게도 필요했던 것이 ‘업무 회피’ 정신이다. 사업부지에 본인 땅이 포함돼 있으면 업무에서 손을 뗐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사업부지에 내 땅이 들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는 최소한의 공지라도 하고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했다. 땅 소유는 감추면서 사업 부지를 바꾸라고 밀어붙였다. 뒤늦게 사실을 안 경기일보가 폭로했다. 잘못인가.
고 의원은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이다. 대단히 의미 있는 직책이다. 도의원의 자격, 윤리, 징계를 총괄하는 의회 내 판관(判官)의 자리다. 취임 초 언론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혹여 기준을 벗어난 발언이나 행동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의원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위엄한 잣대로 심사하겠다.” 도의원 윤리에 대한 소신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본인에게도 그렇게 적용해야 맞다. 공정하고 위엄 있는 잣대로 봐야 맞다.
지금 필요한 ‘공정하고 위엄 있는 잣대’는 이것이다. 석연찮은 명의신탁, 맞춘듯한 등기이전, 공감 없는 변경 압박, 밝히지 않은 땅 소유…. 하나도 상식적이지 않은 이 모든 의혹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상식에 기초한 다수로부터 받아 보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판관은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원들이 아니다. 혹은 일산시민이 될 것이고, 혹은 경기도민이 될 것이고, 혹은 검찰이 될 것이다.
김종구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