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인 다나베 도모지(田鍋友時)씨가 사망했다. 사망 당시 113세였다.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노인이다. 일본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했다. 최고령 생존자가 기무라 지로우에몬(木村次右衛門·당시 112세)로 바뀌었다는 보도도 함께 나왔다. 그도 그럴게. 일본은 장수국가다. 이를 통해 일본이 얻는 유무형의 이익이 상당하다. 스시로 대변되는 생선요리, 삶아 먹는 돼지고기 요리 등이 세계로 전파되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그랬던 일본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113세로 주민등록부에 올라 있던 노인이 이미 30년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후생노동성이 전국의 110세 이상 노인에 대해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허위 생존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재가 불명했던 사망자가 다수였지만 가족들이 연금 혜택을 보기 위해 고의로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 일로 장관 등 고위직 관리들이 무더기로 옷을 벗었다. ▶당시 사건을 보면서 국내 언론이 주민등록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형식의 주민등록증이 없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주민등록증 제도가 있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들 했다. 더구나 각종 연금 등 복지 혜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민등록증 제도의 필요성은 더 강조된다는 점도 함께 자랑했다. ‘허위로 쌓아 올린 장수국가’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런데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에 등록된 주민은 1865년생이다. 올해 153세다. 1868년생, 1869년생도 있다. 100세 이상 노인이 10여 명에 이른다. 사실이라면 153세 노인은 세계 최고령으로 등재돼야 할 것이고, 수원은 세계 최고 장수마을로 불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2명을 제외하면 모두 사망했다. 주민등록부에만 살아 있는 것으로 돼 있는 것이다. ▶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는 3천305명이다. 이 가운데 2천420명이 거주불명자다. 80% 가까운 노인들이 사실은 사망했거나 행방불명 상태다. 이런 엉성한 관리가 여태껏 공문서의 형태로 존재해왔다는 점이 놀랍다. 사망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사망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엉터리 문서를 근거로 각종 복지혜택을 집행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와 똑같은 일이 세상에 알려졌던 일본, 그들은 장관 등 고위직 인사들의 사직으로 잘못을 반성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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