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자영업자 ‘눈물의 자구책’
월세 허덕 인건비라도 줄이자 남편 등 가족 일손 ‘월급 0원’
1분기 도내 남성 무급가족종사 3만3천명 전년比 17.85% 증가
인건비가 정해지지 않은 ‘무급’이다. 영업으로 인센티브를 받는 일을 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수입이 대폭 줄어들어 차라리 가게의 인건비를 줄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월세를 내기조차 벅찬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지급하기가 만만치 않아 함께 가게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수를 받지 않고 가족 일을 돕기만 하는 도내 남성이 전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려는 자영업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경인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도내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3만 3천 명으로 전년(2만 8천 명)보다 17.85%나 증가했다. 이는 남성 무급가족종사자의 전국 증가분(11.7%)과 비교해도 6.15%p나 높다. 도내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지난 2015년 1분기 2만 명에서 매년 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같은 가구 구성원 중 한 명이 경영하는 음식점, 회사 등 사업체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취업자로 분류되는 무급가족종사자의 노동시간 기준은 주당 18시간으로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는 일반 취업자 기준(1시간 이상)보다 훨씬 길다.
남성 무급가족종사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구조조정 등 경기한파로 고용시장에서 내몰린 실업자들이 늘어난데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연매출 1천200만∼4천600만 원 미만인 전국 자영업자 비중은 30.6%로 가장 컸고 1천200만 원 미만 자영업은 21.2%였다. 자영업자 과반의 월평균 매출이 383만 원 미만이라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청탁금지법까지 겹치면서 음식ㆍ숙박업의 체감 경기는 최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영업자 시장의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도내 자영업자는 지난 1분기 122만 3천 명으로 지난해 1분기(113만 4천 명)보다 8만 6천 명(7.8%)이나 늘어났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도내 무급가족종사자 수는 지난 2015년 1분기 16만 8천 명, 지난해 1분기 17만 1천 명, 올 1분기 19만 3천 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내 자영업자가 늘어난데다 경기가 좋지 않아 인건비를 줄이려고 무급으로 종사하는 가족이 늘어난 결과”라며 “남성 무급가족종사자의 증가세 확대는 최근 자영업자가 계속 느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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