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엄마·작가… 같은 듯 다른 그녀들의 女행기

진정한 자신의 삶 찾기·놀이문화·중년여성 인생 등
다양한 여행의 정의·세대 별 관점 보여주는 책 3권

▲ 표지-괜찮아, 청춘이잖아
‘여행’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제쳐두고,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긴다는 것이 여행에 대한 공통적 정서다. ‘관광’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 도래하면서 여행기를 담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괜찮아, 청춘이잖아>(별글 刊),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오마이북 刊), <러시아로 불다>(북갤러리 刊) 등도 그것 중 하나다. 

이 세권의 책은 저자가 모두 낯선 땅을 걷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주목하는 지점은 제각각이다. 여행을 얼마나 다르게 정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색다른 주제의 여행기를 소개한다.

 

책 3권의 저자는 모두 여성이다. 그러나 세대와 관심 분야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그들이 여행지에서 바라보는 것도, 깨닫는 것도, 기록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괜찮아, 청춘이잖아>의 저자 김예솔은 휴학 한 번 없이 앞만 보고 달려 대기업에 골인한 20대 청년이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을 통해 청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탐색하고자 했다. 저자는 한국을 떠나 427일간 동남아, 미국, 중남미, 유럽 등 세계 38개국을 여행했다. 

책은 회사를 나와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서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좌충우돌 1년을 담았다. 에콰도르에서 휴대폰을 도둑 맞고 멕시코 등지에서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에 놀라는 등 두렵고 막막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그러나저자는 그 이상의 것, ‘경험ㆍ세상ㆍ사람ㆍ꿈’을 얻었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던 것 같다. 자신의 삶을 살 때만큼 행복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김예솔의 여행기는 곧 청춘을 향한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값1만5천원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의 저자 이소영은 ‘엄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자녀를 둔 육아 경력 10년차의 저자의 여행은 엄마라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독일 남부 작은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로 향한 그는 아이가 신나서 뛰놀고 부모도 즐거운 놀이터를 주목했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생태주거지구 보방의 ‘다섯 개의 어금니’를 포함해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알록달록한 최신식 놀이기구 대신 나무둥치, 깨끗한 흙, 커다란 바위 등 자연 그대로가 놀이터다. 

저자는 프라이부르크의 남다른 놀이터 원칙을 발견한다. 그것은 주민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자연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경험한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친환경적이고 주체적인 놀이문화와 놀이환경을 제안한다. 값1만6천원

 

색다른 시선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여행기 <러시아로 불다>의 저자는 조정희 소설가다. 첫 번재 여행 에세이로, 자신을 비롯해 동행한 50~60대 네 여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마치 대화하듯 이야기를 풀었다. 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가이드도 없이 현지의 성당, 궁전, 정원, 박물관 등 문화예술을 탐미했다.

실수 연발 에피소드는 유쾌하고 여행지에서의 감흥은 세밀하다. 여행지 정보를 강요하지 않고 작자만의 시선과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이 매력이다. 특히 12일 간의 짧은 여행이지만 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의 인생을 함축하고 있어서인지 꽤 긴 시간으로 다가온다. 값1만3천800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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