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지표 회복세라는데 ‘경제고통지수’는 최악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지표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계량화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실업률은 4.3%로 경제고통지수가 6.4였다. 2012년 1분기에 6.8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가 높다는 것은 서민들이 물가와 일자리 부족으로 생활에 압박을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당연히 삶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올해 들어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진 것은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분기 0.9%에서 1.2%포인트 높아졌다. 국제유가가 1년 전보다 12.0% 급등한데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생필품 가격도 올랐고, 지자체별로 상하수도ㆍ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임금에 비해 빠른 속도로 오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물가가 근로자들의 실질 연봉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구매력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실업난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올해 1분기 실업률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4.3%를 기록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8%에 달했다. 특히 1분기 대졸 실업자 수는 사상 최초로 50만명을 넘어섰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도 350만명을 웃돌고 있다. 현재 조선·해운업종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실업자는 더 늘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고통지수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서민들의 삶의 질이 형편없이 나빠졌는데 정부 경제정책은 성장률 끌어올리기에만 집중돼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최근 “올해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인 2.6%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서민들은 힘들다는데 정부는 경기지표를 들이대며 봄날이 오고 있다고 떠들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수출ㆍ투자가 늘었다고 서민 경제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정부는 경제 성장률에 집착하기 보다 서민 가계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달 출범하는 새정부도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완화시켜 줄 처방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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