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상우高서… 경찰 관계자 “상처입은 수험생들에 깊은 사과”
지난 29일 오전 8시께 의정부 상우고교 정문 앞에서 앳된 얼굴의 한 20대 여성이 학교 안을 들어가기 전 울먹이는 목소리로 함께 따라온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얼굴에 불안감이 가득한 딸을 말없이 안아주면서 계속 다독여줬다. 이윽고 딸은 고사장으로 향했고, 축 쳐진 어깨를 하고 가는 딸을 바라보던 엄마는 한참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집이 충북 청주라는 50대 여성은 “지난 시험 때는 제대로 된 방을 구하지 못해 허름한 여인숙에서 묵었는데, 당시 시험 볼 딸의 잠자리가 불편했을까 신경 쓰였다. 이번엔 아예 값비싼 호텔에서 잤다”며 “이번 재시험 덕분에 그간 마음고생 한 딸이 오늘 이후 무거운 짐을 털어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지난 3월18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주관으로 치러진 순경(여경) 필기시험에서 운영 측의 실수로 시험이 40분 지연(본보 3월22일자 6면)되며, 경찰 공무원 시험 사상 최초로 사고에 따른 ‘재시험’을 치른 날이었다. 첫 시험을 봤던 수험생 724명은 이날 다시 모여 재시험을 봤다. 지난번 사고의 영향 때문인지 주최 측인 경찰들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또 수험생 부모 수십 명으로 가득 찬 학교 앞 커피숍에는 딸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기도하는 모습이 쉽게 목격됐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시험은 오전 11시40분 끝났고, 곧바로 수험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지난번과 달리 이날에는 수험생들의 표정이 전반적으로 밝았다. 한편으로 대다수 수험생은 사고 주체가 자신들이 지원한 지방청인 탓에 다소 체념한 듯 재시험이란 사태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수험생 A씨(22ㆍ여)는 “지난 시험 때는 사고로 시험 직후 울면서 집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운영상 실수는 없었으며 시험운영이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고자 재시험을 앞두고 직원을 대상으로 수시로 교육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재시험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수험생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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