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1일), 석가탄신일(3일), 어린이날(5일), 대통령 선거(9일)’. 이틀(2ㆍ4일) 휴가를 내면 9일, 사흘(2ㆍ4ㆍ8일) 휴가를 내면 11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드디어 긴 휴가가 시작됐지만 모든 이들이 즐거운 건 아니다. 출근하는 맞벌이 가정은 5월 봄방학에 들어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이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쉬는데 빨간 날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는 5월 첫째 주 ‘샌드위치 데이’를 재량 휴업일로 정해 일제히 봄방학에 들어갔다. 봄방학이 없는 학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각 1개교뿐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주로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정해 3∼7일 쉬거나, 1∼2일까지 재량 휴업일로 정해 1∼7일을 봄방학으로 지정했다.
방학일수가 긴 여름·겨울방학과 달리 봄방학은 짧아서 초등학교 돌봄교실도 운영되지 않고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학교가 많다. 초등학교와 학사일정을 공유하는 병설유치원 1천82곳 역시 같은 기간 대체로 쉰다. 일부 공립 단설유치원, 사립유치원, 어린이집 등은 법정 공휴일이 아닌 평일엔 정상 운영 또는 부분 운영을 한다지만 연휴 기간 등원 수요조사 자체가 맞벌이 가정엔 압박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선 교사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그날 어머님 자녀만 나온다’ ‘혹시 아이 봐줄 사람이 없느냐’고 하면 그게 압박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아이를 보내지 말라는 뜻인거다. 갑자기 보낼 학원이나 아이를 맡아줄 곳을 알아보는 것도 여의치 않고, 시댁 또는 친정 부모 등 친인척 도움조차 받기 어려운 가정은 눈앞이 깜깜하다. 황금 연휴가 아닌 ‘황당 연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도 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제품 납기와 매출, 인력난 등 여러 이유로 하루나 이틀 쉴 뿐 계속 근무다. 연휴마저 양극화에 중기 근로자들은 마음의 상처만 입게 된다. 생산직 근로자뿐 아니라 리조트나 백화점·마트 직원 등 연휴나 공휴일에 더 바쁜 직종의 근로자들도 황금연휴는 언감생심이다.
이번 연휴에 가족들과 여행을 계획한 사람도 있지만 사정이 다른 맞벌이 가정, 자영업자, 중기 근로자들은 황금연휴를 맘껏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황금연휴의 이면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들 가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