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에게는 ‘푸르미(급식) 카드’가 제공된다. 저녁 한 끼니를 먹을 수 있는 지원이다. 가격은 4천원이다. 이 돈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 음식이 드물다. 국밥 한 그릇도 6천원, 기사 식당의 백반은 1만원 가깝다. 결국, 자장면이나 라면 등 분식이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편의점을 찾는다. 급식카드 사용 아동의 40%가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복지부 통계도 있다. 4천원은 ‘식사비용’이라 할 수 없다. 차라리 ‘생존비용’에 가깝다.
그나마 위생상태도 엉망이다. 두 달여 전 안산시가 결식아동 급식 업체 5곳을 조사했다. 이 중 2개 업체의 도시락에서 대장균 양성반응이 나왔다. 자가품질검사 의무를 위반한 업체, 원료수불부 등을 작성하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 표시대상 식품에 표시 의무를 위반한 업체도 있었다. 단속 대상 5개 업체 모두에서 문제가 적발됐다. 두 번 이상 적발된 업체도 있었다. 이들이 보내준 도시락을 먹은 관내 결식아동이 5천644명이다.
정부가 집계한 국내 결식아동 수는 40여만 명이다.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52% 이하 가정,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 가장, 조손 가정, 긴급 복지 필요 아동(보호자 가출, 복역 등) 등이다. 이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저녁 한 끼니 지원이 4천원이다. 그나마 아침은 주지 않으니 두 끼니로 산다. 공급되는 도시락에서는 대장균 위험이 노출됐다.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이라도 이런 도시락을 주었을까. 아마도 당장에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게 무상급식 천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부자들에게까지 똑같이 나눠주는 무상급식 제도가 남긴 이면(裏面)이다. 보편적 무상급식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이었더라면 이렇게는 안 됐다. 결식아동들에게 몇 푼이라도 더 줄 수 있었고, 보다 질 좋은 도시락을 줄 수 있었다. 다시 돌아봐도 무상급식은 표에 눈먼 정치가 만들어 놓은 잔인한 복지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제도다. 새삼 그 허점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오늘이 제95회 어린이날이다. 대선(9일)이 나흘 앞에 있다. 그런데 결식아동 대책이 들리지 않는다. ‘양질의 지원’을 얘기하는 후보도 있지만, 들여다보면 실체 없는 말장난이다. 표(票)가 되지 않는다고 본 모양이다. 무상급식으로 ‘급식 파라다이스’가 됐다고 믿는 모양이다. 정말 그런가. 정말 급식 파라다이스인가. 대통령 후보의 유세차 옆으로 4천원짜리 카드를 들고 배회하는 결식아동의 모습이 연상되는 어린이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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