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4천만원 투입 ‘비싼 제작비’ 타 지자체 수천만원 불과 대조적
서체업체에 홍보까지 떠넘기기 경기도 과다한 비용 지출 자초
경기도가 개발한 전용서체인 ‘경기천년체’가 다운로드 받지 않으면 일반 컴퓨터에서 ‘궁서체’로 인식되면서 ‘도청 내부용’이라는 지적(본보 5월4일자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체 제작 비용도 타 지자체에 비해 3배 가량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가 부담한 서체 제작 비용의 상당 부분이 홍보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 낭비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도 본연의 업무인 도정 홍보를 업체에 떠넘기면서 실제 제작 비용보다 홍보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됐기 때문이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간 폰트디자인 전문업체 ㈜타이포랩과 경기도 전용서체인 ‘경기천년체’를 제작했다. 한글 1만1천172자, 영문 94자로 구성된 경기천년체 개발에는 총 1억4천300여만 원이 투입됐다.
경기천년체를 제작한 디자이너가 앞서 개발한 순천시의 ‘순천체’는 서체 제작 비용이 경기천년체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시는 지난 2010년 순천만 갈대축제 등 지역 축제를 홍보하고자 한글 1만1천172자, 영문 94자로 구성된 ‘순천체’를 개발했다. 당시 현 ㈜타이포랩 박윤정 디자이너가 속한 Y사와 함께한 서체 제작에는 총 5천만 원이 소요됐다.
지난 2014년 Y사를 통해 ‘오성과한음체’ ‘막걸리체’ 2종류의 서체를 개발한 포천시도 전용서체 제작에 6천여만 원을 투입했다. 포천시 서체의 경우 한글 2천350자, 영문 94자로 경기천년체에 비해 구성은 단순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서체 1개 개발에 3천여만 원이 사용됐다.
이는 경기도가 서체 제작 업체에 서체 개발과 함게 홍보까지 요구하면서 예산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 서체 제작비용을 감안하면 통상 서체 개발 비용은 5~6천 만원 가량이 소요됐으나 경기도는 실제 서체 개발 비용의 2배 가까운 비용을 홍보비로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는 ㈜타이포랩에 서체 홍보와 배급 확산을 위한 영상 제작부터 중ㆍ장기적인 관리 및 도민홍보 방안 제시, 인터넷 카페 홍보 활동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기도가 전문 기술이 필요한 서체 제작 외에 도의 업무인 홍보까지 떠넘기면서 예산 낭비를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폰트디자인 업계 관계자는 “폰트디자인(서체 제작) 전문업체에 영상 제작 및 홍보 방안을 요구한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제작 비용보다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박윤정 ㈜타이포랩 대표이사는 “앞서 전용서체를 개발한 타 지자체는 서체 개발만을 요구했지만 경기도는 활용 및 홍보방안 등 다양한 것들을 요구했다”면서 “단순 서체 제작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홍보 활동의 경우 서체 분야에서 업체가 보유한 양질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요구한 것”이라며 “타 지자체의 전용서체 개발 예산과 민간의 시중 가격 등을 최대한 고려해 예산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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