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성가족부가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는 설문에 ‘네’를 선택한 사람은 50.8%에 달했다.
똑같은 설문에 10대 자녀들은 단지 4%만 ‘그렇다’고 했다. 서글픈 동상이몽이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어버이날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부모님에게 가장 하기 힘든 말’을 물었던 1위가 ‘사랑합니다’였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역시 ‘사랑한다’였다.
이 두 가지 결과를 제쳐두고서라도 부모와 자녀는 참 어렵고도 이상한 관계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위하지만 오롯이 전달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궁금해한다. ‘심리학자가 부모가 되면 아이 양육법이 확실히 다를까, 그들은 정답을 알고 키울까’라고.
이 같은 질문에 ‘부모교육’으로 유명한 아주대학교 이민규 심리학과 교수는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성인이 된 두 자녀를 키운 이 교수는 40여 년 동안 심리학을 가르치고, 수많은 부모를 상담하며 지침을 제공해 왔다. 더욱이 자신 역시 30년 이상 부모공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둘째 자녀가 탄생했을 때, 중학생이 됐을 때, 군대에 갈 때, 장가를 갈 때 등 자녀의 모든 성장 단계는 아버지로서도 매번 ‘초보’인 상태로 맞딱뜨렸기에 답을 찾기 위한 공부가 필요했음을 고백한다.
그가 경험에서 길어 올린 지침과 심리학계 전문 지식을 결합한 ‘부모공부법’을 내놨다. ‘심리학자의 부모공부’를 부제로 내건 <표현해야 사랑이다>(끌리는 책 刊)가 그것이다.
자녀와의 대화를 비롯해 관계와 소통의 심리학을 강연해 온 저자는 청중의 요청에 이 책을 집필했다. 이에 구체적인 실천법을 알려주고 심리학 전문 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로 앞에서 강연하듯 구어체로 작성한 것이 특징이다.
갈등을 겪고 있거나 서먹서먹한 자녀와의 관계를 해소하는 실천법 하나를 소개한다. 이 교수는 일단 인간은 절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님을, 좋아하면 판단할 필요 없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전이 현상’이라고 한다. 미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꼴보기 싫은 상사가 미소지을 때 더 싫어진다고 느끼는 것이 그 예다.
즉 자녀에게 부모가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 없다면 아무리 옳은 가르침이어도 잔소리로 전락하는 것이다.
감정전이를 좋게 만들기 위해 자신을 제3자의 시선에서 관찰하라. 인간은 의사소통 시 말의 내용(7%)보다 목소리나 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93%)에 영향받는 ‘메라비언의 법칙’ 때문이다. 휴대폰을 사용해 자신의 평소 말투를 녹음하거나 녹화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많은 실천법과 그 이유를 제시하면서 괴테의 말을 인용해 거듭 강조한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용해야 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행동해야 한다”고. 값 1만4천800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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