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대기업 주머니로… AI 보상금은 ‘그림의 떡’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경기도내 매몰농가만 200곳을 넘어서면서 살처분 보상금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보상에서마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상금의 80%가 축산 대기업에 지급되면서 피해농가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18일 경기도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번 AI 사태로 사육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농가는 도내 14개 시ㆍ군에서 206 농가에 달한다. 피해농가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1천200억여 원으로 추정, 역대 최고치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전까지 경기도가 AI 보상금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은 2011년에 255억2천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2014년 211억3천만 원, 지난해 137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년 AI가 지속된 3~4개월 동안 발생한 전체 AI 피해에 대한 보상금이다.
그러나 농가들은 현 보상금 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가금류 농가의 80~90%가 축산 대기업으로부터 사료 등을 공급받아 위탁 사육하는 계열화 농장인 탓에 보상금의 80%가량이 대기업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AI 발생으로 살처분 이후 30일가량 사육이 제한되는 등 추가적인 피해도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도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농가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AI대란 당시 국내 축산 기업들이 받은 보상금은 총 372억 7천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의 위탁을 받는 농가에 돌아간 건 30%가 조금 넘는 147억 원에 불과했다. 농가에게 돌아가는 보상금은 전체 보상금의 극히 일부분인 셈이다.
게다가 정부가 2015년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보상금 감액 규정이 확대돼 보상책도 줄어들었다. 평택에서 오리농가를 운영 중인 A씨는 “일단 AI가 발생하면 그 농장은 망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의원 측도 “정부의 방역실패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양계농가에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는커녕 잘못된 계산법으로 보상금을 ‘후려치기’ 하는 정부의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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