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 문인에 대한 도리가 아닌듯하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라는 행정과도 무관하다. 많은 시민이 본질을 벗어난 집단행동이라고 지적한다.
수원시 상광교동 주민들은 지금 투쟁을 벌이고 있다. 47년간 묶여 있는 재산권 행사를 위한 절박한 싸움이다. 개발제한구역에 상수원보호구역까지 겹친 이중 피해의 당사자들이다. 무너진 집을 고치려 해도 맘대로 할 수 없다. 등산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도 있지만 이마저도 불법과 적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반복되는 단속에 10여건이 넘는 전과기록을 가진 주민도 상당수다. 그래서 상수원 보호구역 한가지만이라도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 인구 15만 시절에, 지하수 먹던 환경에서 만들었던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인구가 130만에 달하고, 광역상수도가 완비된 지금까지 그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규제를 풀 생각이 없는 듯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합의(合意)’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환경 단체와 주민 간의 결론날 수 없는 대립을 뻔히 알면서도 내건 조건이다. 주민들의 감정이 점차 격해지는 것은 이런 때문이다. 동기가 분명한 항의다.
하지만, 고은 시인의 거소를 에워싸는 압박은 옳지 않다. 고 시인은 20여년간 안성에 거주했다. 그를 삼고초려 끝에 맞아들인 것은 수원시다. 그의 국제적인 인지도, 국내 시단에서의 위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때마침 수원시가 정한 ‘인문학의 도시-수원’이라는 목표와도 연결됐다. 거소로 정한 광교산 주택은 민간으로부터 수원시가 사들여 소유주는 수원시다. 그런데 고 시인이 갑자기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고은 시인 떠나라’는 구호의 대상이 됐다.
아무리 꿰맞추더라도 연결되지 않는다. 고은 시인이 상수원규제를 했을 리 없고, 고은 시인 때문에 상수원규제 해소가 안 될 리 없다. 주택은 물론 나무 하나, 벽돌 한 장도 그의 소유는 없다. 주택이라는 부동산의 가치 변화가 고은 시인에게 가져다줄 이익은 전혀 없다. ‘물러나라’는 시위대의 고함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출입로를 점거당해 마치 연금이라도 된 듯 갇혔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도대체 ‘고은 집으로 몰려가자’는 발상이 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상광교동의 이중 규제는 반드시 풀려야 한다. 수원시의 계속된 노력과 환경부의 전향적 사고를 촉구한다. 하지만 ‘고은 볼모 잡기’ 식 시위는 옳지 않다. 중단되어야 한다. 들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고은 시인이 ‘힘들다. 수원을 떠나고 싶다’고 주변에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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