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국책사업인 수서발 고속철도(SRT) 공사 비리(본보 1월12일자 6면)와 관련해 기소된 시행사와 시공사, 설계·감리업체 책임자 7명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10여 명에게도 징역형과 벌금형 등이 각각 선고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홍순욱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사기, 배임수재,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인 두산건설 현장소장 H씨(56)와 공사팀장 C씨(46) 등에게 각각 징역 5년에 추징금 5천만 원,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1천200만 원 등을 선고했다.
시행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장 P씨(49)에 대해선 징역 4년에 벌금 1억 원과 추징금 4천여만 원, 하도급 업체 부사장 K씨(48)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0억 원, 감리업체 전 이사 L씨(57)에게는 징역 3년 등이 각각 선고됐다.
불구속 기소된 두산건설 설계팀장 C씨(47)와 하도급업체 전무 J씨(53) 등에 대해선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공법을 속이거나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대금을 가로채고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H씨 등은 지난 2015년 1∼10월 성남시 분당구 둔전동 일대 SRT 건설공사 제2공구에서 저진동·저소음 공법(슈퍼웨지)을 굴착공법으로 사용하기로 철도공단과 계약했는데도 하도급·감리·설계 업체 임직원들과 짜고 비용이 적게 드는 화약발파 공법으로 굴착하고 슈퍼웨지 공법을 썼다고 속여 철도공단으로부터 공사비 182억 원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슈퍼웨지 공법은 화약을 이용해 폭파하는 화약발파 공법과 달리 대형 드릴을 사용해 땅을 파는 방식이다. 화약발파 공법보다 진동과 소음 등이 덜해 주택지 주변 등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화약발파 공법보다 5∼6배가량 비용이 들고 공사 진행 속도가 더디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등 건설사들은 공법을 임의로 변경한 뒤 서류조작을 통해 이를 은폐했고 감리업체는 계약과 다른 공법이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제지하는 대신 오히려 허위 검토의견서를 작성, 국가기간시설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비리를 저질렀다고 기소 당시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제2공구 가운데 애초 설계대로 화약발파 공법을 사용해 굴착이 완료된 구간(97m)에 대해서도 설계업체와 짜고 슈퍼웨지 공법에 의한 굴착구간으로 설계를 변경해 공사비를 타낸 혐의도 받았다. 성남=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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