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일본땅이다.’ 몇 년 전 찾은 일본 시마네(島根) 현 앞바다 섬 오키(隱岐) 선착장에 내걸린 플래카드 문구다. 오키는 독도와 근접한 섬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일본인들에게 문구의 의미를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역사적인 사료도 제시했지만, 답변은 변함이 없었다. 참담했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지하고 환영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 이처럼 밝혀 파문이 일었다. 그러자, 유엔이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아니라, 위안부 해법의 본질과 내용은 양국에 달렸다는 원칙에 동의한 것”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외신의 보도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한ㆍ일 정부 간 타결된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아베 총리와의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통해서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태평양전쟁을 보는 시각이 상식적인 선에서 정착되려면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와타나베 기요시라는 일본인이 쓴 ‘산산조각 난 神’의 줄거리가 불현듯 떠오른다. 저자는 1940년대 일왕 명령으로 태평양전쟁에 참전, 청정무구하게 몸을 간직하다 일왕을 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에 군인 위안소도 찾지 않았다.
패전 후에는 일왕이 당연히 책임을 질 것으로 생각했다. 전쟁이 일왕의 명령에 따라 시작됐고 일왕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왕은 전쟁 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적장 맥아더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와타나베는 “나의 일왕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분노와 배신에 치를 떨었다.
새삼스럽지 않은 질문이지만,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인류학적으로 일본이란 민족의 정서에 대해선 얼마나 섬세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와타나베 기요시 같은 일본인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5년 내내 일본과 머리를 맞대면서 풀어가야 할 일본의 민 낯들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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