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은 시인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기자페이지

고은 시인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며 언젠가는 대한민국 사람 중 한 명이 노벨상을 탄다면 고은 시인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만인보’ 등은 노벨문학상에 거론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수원에 자리 잡은 시점은 2013년 8월이다. 수십 년 동안 부인과 함께 안성에 거주하던 고은 시인. 그가 안성을 떠나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모시기 경쟁이 벌어졌다.

 

당시 수원시는 물론 파주, 김포, 강원도 철원, 동해, 전라남도 군산 등 전국 지자체가 고은 시인을 모시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인문 도시를 꿈꾸던 염태영 수원시장은 고은 시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시 관계자를 10여 차례 이상 안성으로 보내 고인 시인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까지 수원이란 곳은 고은 시인과 인연을 찾아 볼 수 없다. 어쩌면 고은 시인이 수원으로 이사하는 것은 의외의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의 노력에 감동한 고은 시인은 광교산 자락에 자리 잡았다. 지금의 수원은 노벨문학상 후보 고은 시인이 사는 도시가 됐다. 수원시는 고은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문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수원시가 인문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고은 시인은 상징적 인물이 됐다.

 

▶그러나 최근 수원 광교산 자락에 거주 중인 고은 시인을 놓고 수원 지역사회가 어수선하다. 일부 광교 주민들이 ‘고은 시인은 수원시를 떠나라’며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자신들은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개발제한되고 있는데 시가 고은 시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여기저기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재산권 문제에 고은 시인을 끌어들이는 것을 이해해 줄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창작활동을 돕겠다며 어렵게 모신 세계적인 노(老) 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선호 문화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