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점 많은 지역주택조합, 제도개선책 필요하다

의정부경찰서는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추진하면서 허위로 분양광고를 내고 조합원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편취한 업무대행사 대표 등 일당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3월 의정부역 인근에 55층, 6개동 규모의 중소형 역세권 아파트 1천764 가구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내 조합가입을 희망하는 1천177명에게 조합신청금과 조합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44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4년 해당 사업부지 내 진행됐던 지구단위지정승낙서를 아파트 건립에 필요한 토지이용동의서로 둔갑시켜 90% 이상의 부지를 확보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하지만 확보한 토지는 1.6%에 불과했다. 실제는 아파트를 지을 땅조차 확보하지 않은 ‘유령 조합’이었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사기 분양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역주택조합의 허위광고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소비자 피해경보’를 발령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해 토지를 구매한 뒤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주택사업이다. 일반분양과 달리 청약통장 없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데다, 시행사 이윤이나 토지 금융비용 등 부대비용이 절감되면서 분양가가 일반아파트보다 10~15% 저렴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엔 중견건설사뿐 아니라 대형건설사도 뛰어들어 공급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주택조합 설립규모는 104건 6만9천150가구로, 지난 2012년과 비교해 420%나 증가했다.

문제는 공급이 크게 늘면서 과장광고에 따른 사기 분양 등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허위 광고는 모집된 조합원 수와 토지 확보 규모를 부풀리는 것이다. 조합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전체 주택 수 50% 이상의 조합원과 사업용지 80%에 해당하는 땅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요건 충족이 임박한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조합들이 많다.

광고대행사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지 규모를 허위로 홍보하는 일도 잦다.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도 전에 아파트 총 가구 수와 층 등을 광고하거나 화려한 단지 조감도·투시도 등을 확정된 설계안인 것처럼 내세운다. 동·호수를 선착순으로 지정해 계약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것 역시 대표적인 사기 유형이다.

조합원들은 과장광고만 믿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매에 나섰다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업무산 및 지연에 대한 위험성과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되는 만큼 근거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계약에 앞서 조합원 인가나 사업 승인 여부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허점이 많은, 그래서 피해가 속출하는 지역주택조합 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 관리감독 강화 등 제도 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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