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오기로 해체됐던 해경 부활의 교훈

문재인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라 해양경찰청이 부활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오기로 해체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지난 5일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안은 세월호 사고 후 해경을 흡수,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국민안전처를 없애고 부활되는 해경은 해양수산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편입된다.

행정자치부는 안전처의 안전 정책·재난관리 기능을 흡수하면서 행정안전부로 명칭을 바꾼다. 해경 내부에선 해경이 안전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아닌 해수부 외청으로 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리 있는 당연한 의견 표출이다. 정부 조직 개편은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공약대로 해경본부는 인천송도로 환원돼야 한다. 개편안은 조만간 6월 임시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우리는 해경 부활 보도를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되는 가운데 값진 교훈을 얻게 된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이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비롯된 해경 해체 결정은 합리적이지도 않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사고가 난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때에 대통령은 국무위원과 상의는 물론 청문회 등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해체를 강행했다.

해경은 기본 업무 중 하나가 해난구조와 우리어선 보호이지만 해양 주권을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해경이 세월호 참사 초기 인명 구조에 실패한 책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양 주권을 수호하는 국가기관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는 건 사려 깊지 못한 감정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시 국감에서도 “해경을 해체하도록 한 정부조직법은 화풀이 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경의 해난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구조 체계 개편이나 구조개혁을 통해 기구를 보완·보강해야지 해경을 단칼에 해체한 건 적절한 해법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책(下策) 중 하책이다. 더군다나 국가기관 해체를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건 대통령의 독단적 전횡이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든 이런 구태적 실책을 범해선 안 된다.

해경도 세월호 참사 구조에 실패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바다의 위험사태에 대비, 해경 간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잠수와 구조 훈련 등 체계적 교육이 없다시피 했다. 청장 자리는 육지 경찰 출신들이 독점했다. 해체 전 13명의 청장 중 11명이 육경 출신이었다. 경무관 이상 최고위직 14명 중 7명은 해경 함정을 탄 경험이 전혀 없었다. 해상 구조·구난은 사실상 등한시했다. 안전과 구조 기능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으나 이를 방치했다. 결국 해경은 세월호 사고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해경 해체는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제 해경은 유사시 일사불란한 대응체제를 갖춘 강건한 해경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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