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주대, 기숙사 강제 주소이전은 초법(超法)이다

아주대 기숙사 운영 규정이 이상하다. 학생들에게 강제로 주소를 이전토록 하고 있다. 주소를 이전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벌점 10점을 부과한다. 아주대 기숙사는 벌점이 30점 넘는 학생을 퇴사(退舍) 시킨다. 다음 학기에도 기숙사 입사 자격에 불이익을 준다. 벌점 10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관계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현행 주민등록법 제6조는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를 가진 사람은 이 법의 규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규정은 아니다. 결국, 근거가 된 법에는 없는 강제성을 아주대가 만들어낸 것이다.

학생들에겐 불편 이상의 불이익도 예상된다. 방학이 되면 상당수 학생이 고향으로 내려간다. 학비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많다. 이 경우 아주대 기숙생들은 불이익을 받는다. 모든 지자체들이 자체 아르바이트 고용 프로그램에 ‘관할 지역 주소지 거주자’라는 조건을 달고 있어서다.

학교 측은 “주민등록법을 준수하고자 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해당 규칙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설명이 아니다. 주민등록법에는 강제성이 없다. 그런데도 상위법 한계를 뛰어넘는 강제성을 동원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밝히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2009년 9월 수원시 장안구에서 재선거가 있었다. 투표 마감을 1시간여 앞두고 갑자기 투표율이 치솟았다. 정치권과 언론이 주목했고 그 투표율은 지역 내 성균관대 기숙사 학생 3천여 명으로 밝혀졌다. ‘젊은 표심=진보 성향’이라는 분석이 그대로 들어맞았고, 당시 야당 후보자가 대 역전승을 이루는 발판이 됐다.

이후 많은 대학이 기숙생 주소 옮기기를 시작했다. 정치권, 특히 시장 군수들에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에 대한 행ㆍ재정적 지원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주대학교 기숙사에도 2천5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혹시 아주대가 이런 정치ㆍ행정적 계산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만일 그렇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조치다. 학생들의 주소 선택권을 박탈하는 권리 침해이자 학생 수를 학교 경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부당 처사다. 성균관대학교(수원), 인하대학교(인천) 등 다른 대학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권하기는 하지만 벌점을 주지는 않는다. 아주대의 기숙사 주소 강제 이전 규칙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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