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정책·문화향유 기회 확대 논란 속… 사립박물관 경영난 가중·콘텐츠 수준 하락 불보듯
오는 9월1일부터 경기도립 박물관ㆍ미술관을 전면 무료로 개방한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오는 27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경기 도립 뮤지엄 무료 개방이 현실화된다.
대상은 도박물관, 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이다. 수익이 가장 높은 도어린이박물관만 첫째, 셋째주 주말에 무료로 운영한다. 이 조례안을 두고 ‘도민의 문화향유 기획 확대’와 ‘선심성 정책에 문화예술 생태계 파괴’라는 긍ㆍ부정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반 입장을 떠나 ‘도민의 행복지수 높이기’라는 궁극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선결조건 및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하나같다. 이에 도립 뮤지움 무료화 정책을 둘러싼 주장들의 근거와 상생 방안을 살펴봤다.
■ 선심성 정책 비난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4일 김종석 도의원(민·부천6)이 대표 발의한 해당 조례를 ‘특정 주말 무료 운영’에서 ’365일 전면 무료’로 전격 확대 수정해 의결했다.
도립 뮤지움은 2008년 3월1일 이전까지 유료로 운영되다가 이 시점부터 무료화, 2011년7월17일부터 다시 유료화로 전환했다. 각 기관마다 운영예산이 지속적으로 동결 또는 축소됐고, 무료화에 따른 관람객 증감 효과가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조례안은 김 의원이 2014년 11월 대표 발의했다가 예산 부담과 공짜의식 확산에 따른 문화수준 저하 등의 이유로 무산된 것이다. 지난 3월26일 재발의 한 김 의원도 전문가 좌담회 등에서 부정적 여론이 거세자 무료 개방을 한 달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수정할 가능성까지 열어 뒀었다. 당시 좌담회에 문광위 위원 참석자는 송낙영(더민주ㆍ남양주3) 의원이다.
경기도청 공무원 A씨는 “이명박 정부 때 시행한 것을 도가 도입해 철회하기까지 많은 혼란과 갈등이 존재했다”면서 “이미 각 기관이 운영난을 겪고 도의 지속적인 재정지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선심성 정책으로 끝나지 않도록 도의회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적했다.
문광위 염종현 위원장은 “상정 여부도 정하지 않고 문광위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했고 예산 부담이나 도민의 문화 수준이 과거와 다르다고 판단했다”면서 “도의원은 임기가 있는 비정규직이지만 이번 기회에 도청과 각 기관의 집행부와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축적해나가며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립관 경영 악화 호소
“도립 뮤지움이 공짜인데 1~2천원 받는 작은 사립관에 누가 오려고 하겠는가. 공짜가 익숙한 사람들은 소액이라도 받는 사립관들의 작품과 프로그램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기꾼이나 욕심쟁이로 몰아가고 발길을 끊을 것이다.”
용인시에서 뮤지움을 운영 중인 B씨의 하소연이다.
‘2016년 경기도 뮤지움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립 뮤지움의 운영비는 국비 및 지방비 42%, 설립자 32%, 입장료 10%, 기타 16% 등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립 뮤지움을 무료화하면 도내 각 시군이 영향받아 공립 뮤지움을 무료로 전환, 결국 사립 뮤지움 모두 무료로 운영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거나 아예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도내 문화예술 생태계 파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사)경기도박물관협회 전성임 회장은 “주말 입장 수익이 대부분인 사립 박물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립관에 대한 도 지원책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 최계동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상생 발전할 기회로 삼아야 할 때로 사립 뮤지움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현장에서 전문 인력과 인건비, 홍보비, 지역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기획력 등을 고민하는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협업(체)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무료화에 따른 도립 뮤지움 수준 하락 예상
이번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6개 도립 뮤지움의 입장료 수익은 사라진다. 각 뮤지움을 위탁 운영 중인 경기문화재단에 따르면 무료화 시행에 따른 손실액은 추산 5억2천만원이다.
이중 입장료 수익이 높은 도어린이박물관을 제외하면 1억2천여 만원이다. 현재 한 기관이 2~3개 기획전시를 조성하는 데 사용해 왔다.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운영비 등 사업예산이 갈수록 줄거나 동결되는 상황에서 콘텐츠 수준의 하락은 명약관화(明若觀火)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또 무료화 시행으로 관람객이 증가할 경우 노후화가 진행 중인 10~20년 된 시설의 안전성 문제, 주변 지역의 주차난과 교통 혼란에 따른 불만과 민원 가중 등을 예측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 C씨는 “도민 향유 기회 확대 차원에서 환영하지만 무료화 시행에 따른 인력, 예산보전 선결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시범 운영이나 수요 예측, 문제 해결 과정없는 전면 무료화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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