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허위 혼인신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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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는 법률적으로 정당한 부부로 인정을 받기 위한 절차다. 법률상 정당한 부부로 인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당사자가 부부로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실혼주의(事實婚主義)’, 법률이 요구하는 혼인방식을 이행하는 ‘법률혼주의(法律婚主義)’, 법률이 정한 신고를 이행함으로써 부부로 인정받는 ‘신고혼주의(申告婚主義)’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민법 제812조 제1항에서 2007년까지는 ‘호적법’, 2008년부터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함에 따라 혼인신고에 대한 의식도 달라졌다. 결혼식을 하고 부부가 함께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거하면서 서로를 확인한 다음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외국에 비해 혼인신고를 한 부부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가 하면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허위’ ‘강제’ 혼인신고도 있다. 이럴 경우 현행법 기준 혼인 관련 사문서를 위조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지난해 9월 전 부인 몰래 혼인 신고서를 위조해 다시 혼인신고를 한 60대 남성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의식불명인 상태의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한 사실혼 아내에게도 벌금형이 내려졌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음에도 사문서 위조가 가볍지 않은 죄라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행위가 핫이슈가 됐다. 안 후보자가 42년 전 교제하던 여성의 동의없이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1년여 뒤 이를 알게 된 여성이 소송을 제기해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의 1976년 3월 11일자 판결문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혼인신고가 되면 O씨가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안 후보자의 행위는 ‘사인(개인 도장) 등의 위조, 부정사용(형법 제239조)’과 ‘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형법 제228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다. 공소시효(각각 5년, 7년)는 지났지만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무부 장관 후보라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범죄행위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안 후보자는 16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20대 중반 청년시절의 그릇된 행동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줬다. 그의 ‘운명’이지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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