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중 ‘北 외화벌이’ 도운 국내기업 적발

‘담배 6억갑’ 분량 필터 2080t 밀반출
해경, 北 5년 동안 ‘3천억 수익’ 추정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에 따라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금지된 상황에서 2천t이 넘는 담배 필터를 중국을 거쳐 북한 회사에 판매한 국내 한 제조업체가 적발됐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국제범죄수사대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담배 필터 제조업체 대표 A씨(57) 등 회사 관계자 3명과 무역브로커 B씨(5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 등 4명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담배 필터 2천80t(시가 160억 원)을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 담배제조회사 4∼5곳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담배 6억 7천600만 갑을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해경은 북한 담배회사들이 이 필터를 이용해 만든 담배를 중국에 수출하고 한 갑당 440원씩 이익을 남겨 5년 동안 총 3천억 원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A씨 등은 형식상으로는 중국업체에 담배 필터를 파는 중계무역상으로 위장해 인천·부산항을 통해 중국 다롄항으로 필터를 운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현지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북한 선박에 담배 필터를 옮겨 남포항이나 신의주로 보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7년째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는 모두 금지된 상태다. 현행 남북 교류 및 협력에 관한 법률은 북한과 직접 교역을 하거나 제3국을 단순 경유해 북한으로 물품을 반입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조치에는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 포함됐다.

해경 관계자는 “북한에서 A씨 업체의 담배 필터를 사용해 말보로 등 가짜 외국담배를 생산해 수출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향후 인천본부세관 등 유관기관과 계속 협조해 유사 사건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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