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은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역적 갈등도 구조화되고 있다. 이처럼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은 좁게는 중앙 권력의 지방 이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삶의 기회와 질을 높이고 전 국민을 고루 잘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스위스·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수도권 집중도가 훨씬 낮다. 그럼에도 이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위해 필요한 가치들을 헌법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지만 극히 제한된 범위로 한정하고 있어 자치단체가 지역발전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의 전체 130개 조항 가운데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은 단 두 개뿐인데, 11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범위와 권한에 관한 것으로 “주민복리에 관한 사무 처리와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 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으로 정한다”는 내용이고, 제118조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선임에 관한 사항이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단어에서 보듯 지방을 중앙정부에 종속된 것으로 보고 있고 지방사무도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헌법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종속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명문화해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 헌법에 ‘재산을 관리’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방정부의 지방세 과세와 징수 등 자주재정에 대한 규정이 없어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자 재정 상태로 정부의 교부세 등에 예산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중앙집권체제가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인재와 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어 지역발전을 위한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는 2003년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헌법 제1조에 “프랑스공화국의 조직은 지방분권체제로 구성된다”고 밝히며 프랑스가 지방분권형 나라임을 밝히고 지방재정권을 보장했다.
또한 “지방정부는 그 차원에서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소관하의 모든 사안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해 보충성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자치행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종류까지 헌법에 담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좋은 정책과 재정자립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역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분권과 자치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며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최적 시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이로써 지방분권 개헌의 청사진이 마련된 것이다.
개헌 전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시행되어야겠지만 결국 분권의 완성은 개헌에 있다.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을 적시하고 지방자치의 핵심 규정을 담아 그 정신과 실천 방안을 온전히 담아내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있을 개헌 논의에서 여야가 충분히 협의해 최선의 안이 도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안산 상록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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