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장보고 숨결따라 32일간 글로벌 대장정
‘新 실크로드’서 대한민국 경제심장 미래 동력 찾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평택항을 출발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유럽을 거쳐 경기도의 미래 방향을 모색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항공로와 뱃길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화물열차만 다니는 중국횡단철도(TCR)를 따라 실크로드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새 길을 찾고자 한다. 이에 앞서 탐사단이 가는 주요 탐사지의 의미와 탐사 일정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평택항
탐사단은 항공이 아닌, 선박을 타고 중국으로 이동한다. 3일 오후10시에 평택항에서 출발해 4일 오후8시 롄윈항에 도착한다. 경기도 평택항은 1997년 준공됐고, 2001년에는 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섰다. 경기 새천년을 맞아 향후 경기도 미래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평택항은 육지에 둘러싸여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항만으로 적합하다.
또 수도권에 있어 우리나라 산업과 소비 중심지인 서울, 경기, 인천 지역과 밀접한 교류가 가능하다. 이외 신속한 내륙 교통망을 갖춰 물류수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중국 연안산업벨트와 최단거리에 위치, 향후 대륙으로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평택항은 전국 항만 중 자동차 수출입 처리에서 국내 1위, 여객수송실적 3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4위 등을 기록하며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탐사단은 자동차 부두, 컨테이너 부두, 평택항의 전경을 둘러보며 평택항의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 경기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서 평택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지 예측해 본다.
중국 롄윈강은 신라시대 장보고가 신라인 집단 거주지역인 신라방을 설치한 곳이다. 탐사단이 첫발을 내딜 중국 롄윈강은 장쑤성(江蘇省) 북동부에 있는 도시로 상하이, 칭다오, 다롄, 톈진 등과 통하는 정기항로를 가지고 있어 수륙교통의 요지라 불린다. 윈타이산, 쿵왕성, 둥라이온천, 화과산 등 문화유적도 갖추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 전략구상을 제시한 후 처음으로 완성한 중외경제 합작프로젝트가 롄윈강에서 열렸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이 8개월간 합작한 중국-카자흐스탄물류합작기지 프로젝트가 그것.
지난 2013년 9월 7일 롄윈강시와 카자흐스탄 국유철도주식회사는 국경통과 물류통로와 화물중계기지 합작협약서를 체결했다. 30억 위엔이 넘는 투자금이 들어간 롄윈강은 향후 국제 다자간 연계운송, 분해조립 위탁운송, 창고저장 등 국제화물 운송업무를 담당한다.
탐사단은 롄윈강의 항구에 내려 중국 수륙 교통에서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 롄윈강을 체감한다. 아울러 연운항구역사박물관과 롱해철도연운항역사박물관을 방문해 롄윈강의 항구역사와 란저우와 롄윈강을 연결하는 철도 역사를 살핀다.
시안은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진시황의 병마용과 양귀비의 이야기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있다. 바로 시안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대흥선사가 있기 때문.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의 혜초스님이 불경을 번역한 곳이다.
현재는 우리나라 경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 중국이 서부대개발 정책을 시작하며 시안에는 하이테크기술산업개발구가 조성됐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시안은 인터넷 첨단 산업의 선진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중국 국내외 기업이 줄지어 입주했다.
시안에서 탐사단은 현지 코트라를 방문한다. 아울러 국내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분석한 책을 발간한 이강국 시안 총영사를 만난다. 이 총영사는 외무고시 25기 출신으로 중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향후 경제 전망까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또 야간 세미나를 열어 김손희 전 삼성물산 중국 법인 부장을 초청해 중국 서부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논한다.
TCR에 탑승한 탐사단은 본격적으로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한다. 먼저 가욕관과 둔황석굴 유적인 막고굴을 찾는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인 가욕관은 간쑤 성 자위관 시에 있다.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중요 관문이다. 성벽 일부는 고비사막의 험준한 땅에 걸쳐 있다. 만리장성으로 연결되는 관 중 유일하게 건설 당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동서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다.
막고굴은 유명한 유적이다. 막고굴은 전진(前秦) 건원(建元) 2년 승려 낙준이 처음으로 굴설한 후 원대까지 1천여 년 동안 건조됐다. 이곳은 현재 550여 개 석굴이 존재하며 소상과 벽화가 있는 굴은 474개로 전한다. 많은 수의 벽화가 이곳을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이곳의 17호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막고굴은 오랜 시간을 거쳐온 만큼, 여러 유물이 해외로 반출당한 약탈의 역사가 있기도 하다.
벽화의 내용은 흥미롭다. 우리 선조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벽화와 함께 옛날 서양의 악기가 그려진 벽화도 볼 수 있다.
■ 옥문과 투루판
탐사단은 막고굴에서는 옥문(玉門)까지 차량으로 이동한다. 옥문은 감숙성(甘肅省) 돈황(敦煌) 서쪽에 있는 관문이다. 한나라 무제 때 설치됐으며 이곳은 서역으로 향하는 교통의 요지였던 곳이다.
투루판(吐魯番)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중부에 위치한다. 투루판이라는 이름은 15~16C 이곳에서 세력을 떨친 투르판 국에서 전해왔다. 투루판의 북서쪽은 우루무치, 남동쪽은 간쑤성, 남서쪽은 카슈가르가 있어 투루판 역시 교통의 요지다. 얼마전 중국에서 톈산지구(天山地區)로 향하는 철도가 새로 생겼고, 투루판은 이 철도선의 중요한 역으로 기능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화염산과 고창고성, 포도구(푸타오거우), 투루판박물관 등을 둘러본다. 붉은산을 의미하는 화염산은 여름에 가장 더울 때의 온도가 47℃가량, 태양이 직접 쏘이는 곳은 80℃까지 오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 온도계가 있기도 하다. 고창고성은 오래된 고성으로 와이청, 내이청, 궁청으로 나눈다. 성에서 가장 큰 사찰인 탕썽장징더포사(唐僧的佛寺) 유적지가 와이청 남서쪽에 있고, 이곳의 불감(佛)에는 보살상과 벽화가 있다.
이 사찰은 당의 승려들이 공부하던 장소라고 알려져 있다. 푸타오거우는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 서쪽 가장자리에 있다. 이름은 포도나무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중국에서도 가장 건조하기 대문에 포도의 당도가 높다. 과거 동서양 무역이 이뤄져 번성했으며 동서양 문명이 왕래한 곳이기도 하다.
우루무치는 신장자치구의 성회로 일대일로 등 중국 대외 교역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하는 도시다. 지난 2015년 중국 철도당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성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중앙아시아 4개국을 통과해 이란 테헤란으로 향하는 실크로드 고속철 건설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우루무치-신장위구르자치구 이닝(伊寧)-알마티(카자흐스탄)-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아슈가바트(투르크메니스탄)-테헤란을 거치는 노선이다. 화물수송과 여객수송이 동시에 가능하며 화물 열차는 시속 120㎞, 여객 열차는 250~300㎞까지 운행 가능하다.
우루무치 경제개발구는 우루무치를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시내에서 10km에 위치해 가깝고, 공항과는 1.5km 떨어져있다. 이곳은 완전한 인터넷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탐사단은 신장박물관을 방문해 유물과 위구르 사람의 생활상, 박물관의 대표 전시작인 신장지역 묘지에서 발굴된 미이라를 보며 독특한 문화를 체험한다.
우루무치 국제시장은 우루무치 제일의 재래시장이며 시장문화가 발달해 있다. 이곳에서는 이국적인 시장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호르고스는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접경에 있다. 중국 신장자치구 서북단에 위치한다. 호르고스 역시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위상이 한껏 올라갔다. 일대일로의 6대 경제통로 중 중국과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호르고스 국제변경합작구는 지난 2012년 4월 문을 열었다. 총 면적 528ha, 방문객과 이동하는 물류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 호르고스 인구 9만명 중 2만명은 최근 2~3년 내 유입한 것이라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탐사단은 국제변경합작구라는 독특한 특색을 지닌 호르고스를 둘러보며 경제활동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교류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다.
■ 알마티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현재 가장 큰 도시다. ‘사과의 도시’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알마티에는 지난해 기준 17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어 우리나라 광역시보다 약간 많다. 카자흐인이 약 60%, 러시아인이 약 30% 이외 소수민족이 차지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고려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어 뜻깊다. 얼마 전 국내에서 영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가 개봉함에 따라 고려인이 함께 조명받았다. 과거 1937년 9월 극동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 첫발을 내렸다. 당시 집이 없는 한인들은 땅을 파 만든 토굴에서 살기도 했다.
아픈 역사를 지닌 고려인은 현재 카자흐스탄 경제 주력 인구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통기업 테크노돔을 이끄는 김 에두아르트 대표다. 특히 그는 중국 전자 제품을 주로 수입하는 카자흐스탄 유통업계에서 한국 제품을 다루기도 했다. 탐사단은 현지에서 고려인이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살펴볼 예정이다.
고려인은 아직까지도 국수나 김치를 먹는 한식 문화를 지키고 있다. 탐사단은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김밥골목을 돌아본다. 이와 함께 고려인 청년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향후 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고민해본다.
아스타나는 카자흐스탄의 수도지만 알마티에 비해 낯설게 느껴진다. 1998년 카자흐스탄이 수도를 아스타나로 변경했다. 아스타나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수도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러시아인 비율이 50%를 넘었지만 소련이 붕괴하고 카자흐인이 급속도로 유입돼 현재는 인구의 70%이상이 카자흐인이다.
이곳은 몽골의 울란바토르, 캐나다 오타와와 더불어 가장 추운 수도로 꼽히는 것이 재미있다. 역대 최저 기업이 -51.6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처음 개최한 동계스포츠 대회였던 2011 아스타나, 알마티 동계 아시안 게임을 치루기도 했다.
아스타나에서는 ‘에너지와 미래’를 주제로 한 신재생 에너지 엑스포가 열린다. 오는 9월 10일까지 열리는 ‘2017 아스타나 세계 엑스포’는 서아시아 최초의 엑스포이며 전세계 102개국이 참여한다. 우리나라도 한국관을 오픈하며, 엑스포 기간 중 오는 19일 ‘한국의 날’을 정해 한류 가수 콘서트와 각종 공연과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탐사단은 이외 아스타나의 대통령궁과 한샤트르 등을 둘러보며 현재 아스타나가 수도로 지정된후 얼만큼 발전했는지와 향후 카자흐스탄의 가능성을 체감한다.
■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일대일로 프로젝트, 러시아 신동방 정책, 몽골 초원의 길 프로젝트 등은 유라시아 대륙을 잇고 국가 간 경제규모를 키우자는 것이다.
유라시아 각 국가는 향후 먹거리를 위해 점차 협의해나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라시아의 한 거점인 러시아를 방문한다. 탐사단은 철도를 타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그에 이른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러시아 최대 공업도시인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돌아본다. 러시아 역사에서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수도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했다. 광대한 러시아의 영토 중 가장 중요한 두 도시를 돌아봄으로써 집약적으로 러시아를 탐방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유럽으로 향하기 위해 중국,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통하는 새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 지구촌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며 유럽과 통하는 길이 효율적일수록 한국 경제와 문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함부르크,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유라시아 대륙의 끝인 포르투갈 리스본을 기차를 타고 둘러본다.
선진국인 유럽 각 국가의 경제와 문화를 탐사하며, 향후 유라시아를 잇는 철도가 활성화됐을 시 한국이 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각 분야 전문가가 모색한다.
리스본에서는 이번 탐사를 종합하는 최종 학술 간담회가 펼쳐진다. 중국 중서부 지역과 중앙아시아의 향후 경제 발전 가능성, 철도 활성화에 다른 경제적·문화적 교류, 유럽과의 거리 단축 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경기도가 이런 변화 과정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논의한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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