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비정규직, 과속·신호 위반 다반사 정규직 전환 유리한 평가 위해 목숨 걸고 근무
입사 4개월 만에 큰 사고 비정규직 일방 해고 삼성에스원 “안타깝지만 회사 법적책임 없어”
신속하게 출동해야만 정규직으로 전환을 위한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두표씨(26)는 지난 2015년 6월 삼성에스원에 입사 후, 4개월 만에 긴급출동 도중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었다.
사고 당일 그는 차량 대기장소에서 30㎞ 떨어진 김포에 있는 한 빌딩으로 출동을 했다. 25분 안에 도착을 하기 위해선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거리였다.
조여오는 출동시간 압박 때문에 그는 당시 사거리에서 신호위반을 하다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현행 경비업법에는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경비업자는 관제시설 등에서 경보를 수신한 때부터 늦어도 25분 이내에는 도착시킬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에스원의 비정규직인 첨단보안직(CS)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평가항목에도 생활태도 및 인성부문 등과 함께 직무능력에 ‘긴급대처’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출동시간 25분 엄수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표씨 아버지 정호진(53)씨는 “사고 당일 안개가 끼어 가시거리가 50m도 안됐지만, 30㎞ 거리를 25분 안에 도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아들의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계약해지 며칠 전에 에스원 경인사업팀 간부들이 찾아와 본사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갔다”며 “어떻게 정규직 전환 하루를 남겨놓고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느냐”고 울먹였다.
두표씨는 당시 교통사고로 온몸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중상해를 입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쪽 눈은 실명되고 왼쪽 눈은 시력이 0.02까지 떨어졌다. 그는 턱관절 손상에 대퇴부 골절상까지 총 19곳에 부상을 입었다. 사고 후 3개월 만에 의식은 회복했지만, 뇌를 심하게 다쳐 제대로 말조차 못하고 있다.
“빨리 나아서 다시 회사 출근하고 싶어요.” 4일 오후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을 찾은 취재진에게 어눌한 말투로 그가 건넨 첫마디다. 그는 아직까지 자신이 계약 해지된 사실조차 모른다.
에스원에선 입사 만2년이 되는 지난 5월 31일자로 그를 계약 해지시켰다. 2년 이상 계약이 지속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해야 하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해당 교통사고에 대해 에스원 측은 출동요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수시로 안전운행 교육을 하고 있어, 사고는 안타깝지만 회사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에스원 홍보실 관계자는 “경비업법상 25분 도착 관련 규정이 있지만, 이것은 경비회사 설립요건 중 하나일 뿐이며 출동요원에게 25분 이내 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규직 전환을 위한 평가항목에 포함된 ‘긴급대처’는 출동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처에 도착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했는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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