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평택시대 개막] 해외 단일 미군기지 중 최대… 한미동맹 강화 새 이정표

여의도 5배 크기… 한반도 유사시 병력·물자·장비 신속 집결 가능
한미연합사는 당분간 용산 잔류… 환경오염 정화비용 분담은 과제

▲ 주한미군의 핵심이면서 상징인 미8군사령부가 서울 용산에서 평택으로 주둔지를 이전하며 미8군의 평택시대가 열렸다. ‘미8군사령부 개청식’이 열린 11일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패밀리하우징에서 바라본 미8군사령부 주둔지의 모습. 주한미군은 올해 말까지 나머지 부대 이전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오승현기자
▲ 주한미군의 핵심이면서 상징인 미8군사령부가 서울 용산에서 평택으로 주둔지를 이전하며 미8군의 평택시대가 열렸다. ‘미8군사령부 개청식’이 열린 11일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패밀리하우징에서 바라본 미8군사령부 주둔지의 모습. 주한미군은 올해 말까지 나머지 부대 이전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오승현기자
주한미군의 상징인 미 8군사령부가 11일 서울 용산 시대를 64년 만에 마감하고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내년까지 미 2사단의 부대 이전이 이어질 계획이지만 주한미군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미 8군사령부가 먼저 이전한 만큼 사실상 주한미군의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특히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평택시대의 개막이 한미동맹을 한 단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한미동맹 새 이정표 될까

주한미군의 지상군을 지휘하는 미 8군사령부가 평택에 새 둥지를 튼 것은 한미동맹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그간 잡음이 많았던 주한미군 이전 사업을 마무리함에 따라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8군의 경우 미 육군에서 유일하게 영구적으로 전진 배치된 주한미군의 주력 부대인 만큼 기지 이전의 상징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미 8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은 한미 양국이 진행 중인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의 일부로 지난 2003년 4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합의를 계기로 본격 추진됐다.

 

전국 91곳에 흩어져 있는 미군 기지를 평택·오산 등 중부권과 대구·왜관·김천 등 남부권으로 재배치,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환경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사업은 기존 용산 기지를 평택 등 다른 곳으로 옮기는 YRP(Yongsan Relocation Program) 사업과 의정부·동두천 기지를 이전하는 LPP(Land Partnership Plan) 등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 규모는 YRP가 약 8조 9천억 원(한국 부담), LPP가 약 7조 1천억 원(미국 부담)으로 총 16조 원 규모다.

 

대부분의 주한미군 병력이 한강 이북에서 이남으로 옮기지만 한강 이북의 주요 훈련장은 계속 사용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박근혜정부 시절 한미 양국 합의로 용산기지에 잔류하게 된 한미연합사령부의 규모 문제와 기존 미군 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 문제 등은 양국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에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의 원만한 마무리를 통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 미 평택기지, 전략적 효용성은

주한미군 평택기지의 면적은 1천467만 7천㎡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5배에 달한다. 미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스는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최대 규모다.

 

주한미군 평택기지는 인근에 오산 미 공군기지와 평택항 등을 둔 데다 기지 내·외부를 연결하는 철도시설까지 만들어 유사시 병력과 물자를 집결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항공기를 타고 오산기지를 통해 평택기지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또 함정과 선박을 이용해 평택으로 전개되는 병력 및 물자도 평택항에서 철도를 통해 수송할 수 있다. 병력과 물자, 장비가 신속하게 집결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의 전면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여기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 경우 평택에 주둔하고 미군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투입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동북아지역 분쟁에 투입될 경우 우리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평택기지가 북한의 300㎜ 방사포의 타격권 내에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300㎜ 방사포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200여㎞에 이르며 주한미군 평택·군산기지와 우리 군의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해당된다.

 

주한미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기지에 성능 개량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증강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한미군이 현재 배치된 PAC-3 CRI(사거리 20여㎞)를 내년까지 PAC-3 MSE(요격 사거리 35㎞)로 교체할 예정인 가운데 평택기지에도 이 미사일 포대가 전개될 전망이다.

강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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