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추미애 발언 ‘대리 사과’… 국민의당 추경심사 복귀

국민의당과 ‘직거래’ 모양새
당·청 갈등설 다시 불거져
민주당 “사전에 상의 거쳤다”

▲ 생각에 잠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주한 호주대사 접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생각에 잠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주한 호주대사 접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3일 국민의당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복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연이은 ‘강경 발언’에 대해 사과, 공전했던 국회가 부분 정상화될 전망이다.

 

이에 국민의당이 전격 회군을 결정하며 추경 심사의 물꼬는 텄지만 청와대가 추 대표 대신 국민의당과 ‘직거래’를 한 모양새여서 ‘당·청 갈등’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임 실장이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등 발언으로 오해가 조성돼 유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추 대표는 ‘문준용씨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국민의당이 자체조사를 통해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며 박지원·안철수 전 대표의 연관성을 부인하자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집권 여당의 대표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있다”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가운데 임 실장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 ‘대리 사과’ 카드를 꺼내 들자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논쟁 끝에 추경 심사에 참여키로 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문 대통령이 추 대표의 발언으로 초래된 국회 공전사태에 대해 임 실장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 뜻을 존중한다”며 “국민의당은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힌 그 이전으로 복귀해 추경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 다시 복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와대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추 대표가 제외된 듯한 모습이 연출되자 ‘당·청 간 불협화음 설’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향후 양측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추 대표 측에서는 임 실장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민의당을 찾기 전 추 대표와 충분한 상의를 거쳤다며 추 대표가 배제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문자 브리핑을 통해 “추 대표와 전 정무수석 간에 상황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며 “추 대표는 추경에 대한 국민의당의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전 정무수석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대표와는 사전에 얘기해서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명분을 얻기 위해 추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가 사과한 것처럼 과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청와대와 추 대표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이번 청와대의 대리 사과로 추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진 만큼 향후 대야 협상 등에서 힘이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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