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들인 ‘경기천년체’ 활용… 도의회도 시큰둥

도의회 ‘공인’ 조례 일부개정, 훈민정음체로 변경 추진
도지사 ‘공인’도 훈민정음체 사용… 道 내부서도 외면

경기도가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서체 ‘경기천년체’가 다운받지 않을 시 일반 궁서체로 인식돼 도청 내부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본보 5월4일 자 1면)을 받은 가운데 도의회가 최근 공인(公印) 서체를 ‘훈민정음체’로 교체하기로 하면서 도 내부에서조차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도에 따르면 도는 정체성 전파를 목적으로 역사적ㆍ지리적ㆍ문화적ㆍ사회적 특성을 시각화해 독자적으로 경기천년체를 만들었다. 내년 ‘경기도’ 지명 사용 1천 년을 기념하고자 1억5천여만 원을 들여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개발했다. 제목용 서체 4종과 기본용 서체 2종 등 총 6가지 서체로 이뤄졌으며 지난 4월27일 일반에 공개하고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가 공인 서체를 경기천년체가 아닌 훈민정음체로 바꾸기로 하면서 해당 서체가 도 내부에서조차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인은 도의회의장, 상임위원장, 의회사무처장 등이 공문서에 사용하는 도장이다.

 

도의회는 공인의 서체가 국적 불명의 한글전서체로 돼 있어 알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조례인 ‘공인(公印)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개정, 서체를 훈민정음체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례안을 낸 A의원은 “경기천년체와 훈민정음체 두 서체를 비교한 결과 의원 대다수가 훈민정음체를 선택해 훈민정음체로 개정하기로 결정했다”며 “경기도가 예산을 많이 들인 만큼 경기천년체를 쓰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너무 그냥 잘 쓴 글씨 같은 느낌이다. 훈민정음체는 세종대왕의 뜻과 한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역시 현재 훈민정흠체를 도지사 등의 공인 서체에 사용하고 있다. 공인을 관리하는 부서 관계자는 “훈민정음체가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다”면서 “경기천년체로 바꿀 생각이 없고 그러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서체를 만든 부서에서도 별다른 연락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천년체를 개발한 부서 관계자는 “현재 도청과 도의회 문서제작용으로 경기천년체를 쓰고 있고 호응도 좋은 것으로 안다”며 “공인 서체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경기천년체는 다운로드 받은 컴퓨터에서만 인식되는 한계를 드러내 ‘도청 내부용’ 서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준상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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