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판 ‘알뜰신잡’ 연상케 하는 ‘미스터 퐁 수학에 빠지다’ 눈길

▲ 출판-미스터 퐁 수학에 빠지다

최근 대중의 호응을 얻은 방송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알쓸신잡’이다. 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줄임말이다. 

작가, 맛 칼럼니스트, 물리학 박사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은 ‘쓸데없는’ 수다로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일깨우며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때마침 출간된 <미스터 퐁 수학에 빠지다>(부키 刊)는 오프라인 버전 알쓸신잡으로 다가온다. 물리학과 원자핵물리학을 전공한 저자 송은영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수다 떨 듯 전하기 때문이다.

화자 미스터 퐁을 따라 여행, 요리, 스포츠, 데이트, 영화, 집안, 파티, 자연, 우주 등 9가지 소주제 속 수학 이야기가 총 90개가 펼쳐진다.

 

공통적으로 왼쪽 페이지에서 만화 퀴즈가 있고 그 오른쪽 페이지에 간단한 풀이와 답을 적었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전에 교체한 화장실의 화장지가 반이 남았다면 같은 기간인 일주일 동안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네 컷의 만화로 제기한 후, 원의 넓이를 구하는 수학 공식을 토대로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다 소모된다는 답을 적는 방식이다.

 

이처럼 책에는 사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질문과 명쾌한 해답이 가득하다. 산타클로스는 선물을 하룻밤에 나눠줄 수 있을까, 식당에서 최적의 할인 옵션을 선택하는 법, 색색의 장미꽃 다발을 만들 때 필요한 색의 수, 맨홀 뚜껑이 둥근 이유 등이다.

 

이 중 한 문제의 답을 읽어보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는 산타클로스 이야기다. 산타클로스는 약 4만 2천㎞의 지구 한 바퀴를 질주하려면 시속 1천750㎞로 달려야 하는데, 오늘날 최첨단 여객기 속도가 시속 800~900㎞다. 선물을 내려 전달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결국 불가능한 동화다. 무게를 계산해봐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최소 1억 명에게 1㎏의 선물을 전달한다고 가정하면, 자그마치 1억㎏을 실어야 하는데 사슴과 동물 순록 한 마리가 끌 수 있는 무게는 200㎏ 이상을 넘지 않는다.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인데, 이러한 이야기까지 수학 원리로 풀어내는 것이 쓸데없으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가.

 

저자는 이처럼 공원에 활짝 피어 있는 해바라기도, 식당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도, 밤하늘을 찬란하게 수놓는 은하도, 세찬 폭우와 함께 번쩍거리는 번개도, 상대를 제압하려는 유도 선수의 자세에도 원주율과 소수, 확률 같은 수학 원리에 따라 구성되거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만화는 <공감 한 컵 하실래요?>를 쓰고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김수민이 그렸다. 값 1만2천500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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