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부산시의 신설될 해사법원 유치전이 치열하다. 이런 와중에 뜬금없이 해사법원의 부산 유치 내정설이 나오는 건 가당치도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사 관련 분쟁 당사자들이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경제성과 효율성을 제쳐놓고 정치논리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부활된 해양경찰청 본청의 부산 유치 실패로 야기된 문제들을 해사법원 부산 유치로 호도하려는 건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해양경찰청 본청의 인천 환원은 애초부터 당연한 거다. 그런데도 그 대신 해사법원은 부산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발상은 그 알량한 정치논리에 의한 정부 주요 기관의 나눠먹기다. 이와 관련 그동안 부산 출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경 본청의 배치 문제에 대해 해경 입장을 듣고 판단하겠다며 해경 본청의 인천 환원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면서 그는 장관 취임 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사법원의 부산 유치를 공언했다. 국무위원답지 않게 해경 본청과 해사법원 빅딜을 시사한 거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해사법원은 선박이나 해상에서 발생하는 해사 사건과 국제상거래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이다. 영국 미국 중국 등 해운 선진국에는 이미 해사법원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해운국이고, 지난 10여 년간 물동량이 약 3배가량 증가해 해사 분쟁 사건도 증가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겐 이를 해결 처리할 해사법원이 없다.
물론 서울중앙지법과 고법에 해사 전담 재판부가 있긴 있다. 하지만 해사 관련 분쟁을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독립 해사법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해상 사건 가운데 용선계약은 대부분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은 여전히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등 외국의 중재·재판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로 유출되는 소송비용이 연간 3천억 원대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사 사건은 연간 600~800건 중 400~600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지출하는 소송비용의 해외 유출을 막고, 사건 당사자인 외국 기업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당연히 분쟁 해결에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을 얻는 이점(利點)과 편의성이 있어 인천이 해사법원의 최적지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앞으로 국제해사중재 재판소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인천공항과 인접한 인천에 해사법원이 설치돼야 한다. 해경 본청이 인천에 환원됐으니 해사법원은 부산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낡은 지역 균형발전론이다. 당국은 이제 국가 기관 배치를 정치 배분에 의할 게 아니라 시장경제원리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정치권의 해사법원 부산 유치 내정설은 더 이상 거론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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