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은 옛말, 쌀이 남아돈다

재고량 많고 소비 부진 심각… 경기米 가격 작년보다 9.1% 하락
올해 햅쌀 수확하면 값 더 떨어질 듯… 정부차원 수급조절 필요

▲ 생산량에 미치지 못하는 쌀 소비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햅쌀 수확을 목전에 두고 있어 쌀값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여주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판매를 앞둔 쌀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 여주쌀은 평년보다 10%(20kg 1포대 기준) 싸게 판매되고 있다.  오승현기자
▲ 생산량에 미치지 못하는 쌀 소비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햅쌀 수확을 목전에 두고 있어 쌀값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여주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판매를 앞둔 쌀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 여주쌀은 평년보다 10%(20kg 1포대 기준) 싸게 판매되고 있다. 오승현기자
지난 주말 여주의 한 미곡종합처리장(RPC). 대형마트와 이날 전국 각지로 배송을 나가기 위해 기다리는 쌀 4천여 포대가 창고에 쌓여 있었다. 

이곳에 남아있는 쌀은 4천700여t으로 전년보다는 3천t가량 재고가 줄었다. 오는 9월께는 쌀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소비는 목마른 상태다. 

여주 RPC 관계자는 “조생종은 20일부터, 만생종은 10월부터 햅쌀이 나오다 보니 혹여나 기존 쌀 가격이 내려갈까 농민들의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쌀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미 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햅쌀 수확을 한두 달여 앞둔 농민들의 우려가 크다. 지금도 쌀값이 전년보다 하락한 상태에서 조만간 햅쌀이 나오면 현재 남아있는 쌀의 가격이 더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지역 RPC 등에 따르면 현재(7월 25일 기준) 경기미 등 전국 쌀 가격은 3만2천125원으로 1년 전(3만5천631원)보다 9.8% 떨어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집계하는 경기미(상품ㆍ20㎏) 한 포대 도매가격은 지난달 26일 기준 평균 4만 7천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5만 2천250원)보다 9.1%(4천750원)가량 가격이 내렸다.

 

농민들은 조생종 벼가 이달 중순, 만생종은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가는 만큼 현재 도내에 남아있는 5만3천여t의 쌀이 모두 소진되지 않으면, 쌀 값이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경기미 재고량은 5만2천708t으로 1년 전 보다 1만9천t 줄었지만 재고 소진에 두 달여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년 감소하는 쌀 소비량 감소는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쌀 농사는 매년 풍년이지만 쌀 소비 감소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 양곡연도(2016년 11월~2017년 10월)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59.6㎏(하루 소비량 163g)으로 전망했다. 이는 쌀 소비가 최대치에 달했던 1970년(373.7g)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2012년 70㎏대가 붕괴하고서 5년 만에 앞 자릿수가 또 바뀌는 것이다.

 

이에 경기농협은 쌀 소비 촉진과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대형마트와의 공조를 통한 쌀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오는 14일께 파주 품종 참드림의 대만 수출이 예정된 가운데 농민과 관계 기관 등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박일영 여주통합농협법인 전무는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은 상황이 매년 되풀이 되다 보니 농민과 농협에서 노력해도 상황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북 쌀 지원 재개와 작물 전환 재배 등 정부차원의 쌀 수급조절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