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세월호 참사는 정말 되새기고 싶지 않은 상처다. 그 어떤 치료제로도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암묵적인 동의. 가슴 아프지만 공론화된 장(場)에서 꺼내기 어려운 화두가 바로 ‘세월호’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 힘들어했을 그들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우리 기성세대가 마치 ‘금기어’처럼 세월호를 생각하는 것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함이 아닐까. 그런데 놀랍게도 ‘세월호’와 ‘물’을 한데 엮어 치유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안긴 단체가 있다. 바로 안산온마음센터 얘기다.
▶트라우마(trauma)는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하며, 보통 후자의 경우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극히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장기기억되는데, 트라우마의 예로는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불안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그 친인척 대다수는 지금도 ‘물(水)’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아직 미수습된 9명의 가족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온마음센터는 어떤 곳인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설립돼 국ㆍ도비 40억원을 받아 유가족 등의 트라우마를 치료 지원하는 곳이다.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하고 많은 일을 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핫썸머 수상레저, 캐리비안 베이 물놀이 캠프 등 물(水)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넋이 나간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물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고작 치유 방식이 물이라고?
▶20년 전 군대에서 얻은 트라우마로 기자도, 밤에 꼭 불을 켜고 잠드는 습관이 생겼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인 셈이다. 트라우마는 좋은 기억으로 덮을 수 있다고 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제부터라도 ‘온마음센터’가 그 이름처럼 ‘온마음’을 다해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물(水)’ 트라우마를 지우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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