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에는 좌회전 금지’ 홍보 안 된 좌회전 시간제 차로에 갈길 막힌 운전자들

출장 때문에 안산에 들렀던 P씨(27)는 중앙역사거리 1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한참이나 기다리다 시간만 낭비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서다. 결국 P씨는 2차선인 직진 차로로 빠져 돌아가야만 했다. 안산 중앙역사거리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좌회전을 금지하고 있는 좌회전 시간제 차로였던 것. P씨는 “좌회전 시간제 차로가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나중에 다시 확인하니 작은 안내 표지판이 있었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도심 정체구간에서 시행 중인 좌회전 시간제 차로가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운전자들의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초행길이거나 제도를 잘 모르는 운전자들이 괜한 시간만 낭비하면서 효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에는 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인근 사거리(오전 6~10시), 안산 중앙역사거리(오전 6~9시)와 한전사거리(오후 5~8시) 등 교통이 혼잡한 지역을 위주로 좌회전 시간제 차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좌회전 시간제 차로는 출퇴근 시간 교통 정체를 막고자 경찰이 지난 2007년부터 도심 주요지점에서 시간대를 정해 1차로 또는 2차로에서의 좌회전을 금지하는 제도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인지하고 있는 운전자가 드문 데다, 신호등이나 도로면에 표시한 안내 문구마저 인식이 어려워 이를 모르는 운전자들이 한참을 기다리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원 삼성전자 인근 사거리에는 표지판과 함께 도로에 운영 시간 등이 도색돼 있었으나, 운전 중에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금지시간대 좌회전을 위해 멈춘 차량이 차선을 변경할 때 뒤에서 직진하는 차량과 추돌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좌회전 시간제 차로를 운영ㆍ관리해야 할 경찰은 도내 해당 제도가 시행되는 지점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관계자는 “특히 1차로에서 좌회전을 제한하는 것은 사고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현수막 등의 홍보뿐만 아니라 가변차로의 O, X 신호를 사용하거나 실시간 전광판 등을 설치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좌회전 시간제 차로 제도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상습 정체구간에 한해 한시적으로만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인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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