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갈등 해소 계기되길-
청 태종은 철군하면서 이들 삼학사를 세자와 함께 인질로 끌고 가 심양에 유폐시켰다. 그러나 삼학사가 그곳에 가서도 협박과 고문에 굴하지 않자, 청 태종은 이들을 처형했다. 청 태종은 그러면서도 마음으로는 조선에서 잡혀 온 삼학사의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삼한산두(三韓山斗)’라는 글을 써 비석을 세우게 하고 삼학사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게 했다. ‘태산처럼 크고 북두칠성처럼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이 비는 1960년대 ‘홍위병의 난’ 때 파괴됐다가 지금은 가까스로 복원돼 발해대학 교정 한 쪽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최근 1909년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역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통쾌하게 저격하던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 경기도 의정부시에 세워져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상이 만들어진 계기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6월 하얼빈 만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당시 시진핑 주석이 안중근 의사의 동상 제작을 지시했는데, 청 태종이 처형한 우리 삼학사들의 위대한 정신을 기렸던 것처럼 그도 역시 안의사의 불타는 독립정신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동상을 만든 ‘차하일’ 학회는 민간단체이지만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서 더욱 그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동상을 보는 순간, 안중근 의사의 부릅뜬 눈과 꽉 다문 입, 권총을 꺼내려는 오른팔의 힘찬 꺾임, 하얼빈 벌판에서 불어오는 북풍에 휘날리는 외투 자락… 결연한 독립정신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다.
이 동상은 중국 하얼빈에 세워졌고 똑같은 모양의 동상이 지난 5월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도 이제야 공식 발표되고 의정부역 광장 근린공원에 세워지게 된 것.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냉기류 등이 공개를 지연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안의사 동상에 신경을 쓰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일본의 침략에 시달리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겨누는 안의사의 결연한 모습은 13억 중국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나라와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드 문제로 빚어진 중국의 경제 보복은 너무 동떨어진 발상이다. 불과 380여 년 전 우리 ‘삼학사’의 절개를 기리는 비를 세운 것처럼, 그리고 이번에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세운 것처럼,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이 지구상 어느 민족보다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중국은 알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드 때문에 한국을 찾고 싶어 하는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버리고, TV에서 한류의 프로그램을 지우며 중국 진출 한국기업에 보복을 가하는 것은 대국답지도 않고 한국과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역행하는 것이다.
부디 의정부시에 안의사 동상이 세워지는 것을 계기로 중국은 우리의 좋은 이웃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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