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운동가의 생가 지정이 잘못된 듯하다.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 민세 안재홍 선생 생가다. 경기 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의 주소는 두릉리 646번지다. 하지만, 안재홍 선생의 실제 생가는 이곳과 60여m 떨어진 611-1, 611-2로 알려진다. 646번지는 선생의 숙부가 살던 곳이라는 것이 기념사업회와 후손들의 주장이다. 평택시도 “그동안 생가가 잘못 지정됐다는 소문이 많았다”며 지정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선생은 일본 유학시절 학우회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펼쳤다. 해방 후 1950년에는 평택에서 제2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일제시대와 해방공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유공자다. 생가로 지정된 646번지가 선생과 무관한 곳은 아니다. 일제 식민사관에 맞서는 저서 ‘조선상고사감’을 저술한 곳이다. 하지만, 지척에 있는 생가를 수십 년째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관련 행정 전체가 불신을 받을 수 있다.
본보는 지난해에도 독립 운동가 생가 관리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신익희, 정태진, 이인영, 그리고 이번에 논란이 되는 안재홍 선생 등 4명의 생가였다. 모두 지역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관리가 엉망이었다. 유적임을 알게 할 인식표도 없었고, 온갖 쓰레기로 너저분하게 방치된 곳도 있었고, 잡초가 우거져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여기에 엉뚱한 생가 지정이라는 문제까지 더해진 셈이다.
2015년 우리는 유네스코의 문화유산 등재에 공분했다. 일명 군함도로 알려진 일본의 하시마 섬이다. 우리에겐 착취와 살상의 역사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 쪽이 강력히 항의했지만 문화유산 등재를 막지는 못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군함도’도 어찌 보면 이런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예술적 저항이다. 하물며 몇 안 되는 독립 운동가의 생가 관리 아닌가.
공교롭게 대비되는 것이 있다. 홍난파 생가다. 홍난파는 2002년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 모임’과 2016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화성시 활초동에 있는 그의 생가는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다. 생전 음악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도 있고 절구 등 가재도구까지 있다. 해마다 유명 음악가들이 참가하는 ‘생가 음악회’도 열린다. 독립 운동가들의 생가 관리와 대비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유공자 예우를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더 아쉽다. 3대 후손을 찾아 예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보전하는 것이다. 몇 곳 남아 있지 않은 생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