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방인인 우리가 굳이 다른 나라 사람의 행불행을 판단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가 오히려 궁금하다. 심각한 기아와 폭력,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에 대해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들이 아닌가.
설사 부탄이 행복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팔고 있으며 그 이미지가 진실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진실을 보는 눈이 없다면, 그리고 그 진실이 각자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진위를 가릴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부탄을 행복한 나라라고 믿는 우리들의 기대일 테지만, 어차피 이미지가 진실보다 더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는 시뮬라크르 시대에 장소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해서 관광만 문제 삼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사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경제발전이 나라의 번영을 측정하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믿던 시절, 행복이라는 다른 조건이 있다고 감히 주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탄은 행복한 나라가 아닌가 한다. 타인의 눈이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에 따라 그들의 삶을 판단했으며 그 기준으로 세계의 모든 국가에 새로운 가치를 심고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면, 현재 부탄의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최고가 아니어도 부탄은 분명 우리보다 뛰어난 나라, 배울 것이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부탄은 입헌군주제를 지향하는 왕정체제이며 현실정치를 담당하는 왕과 함께 종교를 총괄하는 승왕이 존재하는 독특한 나라이다. 민주정치제도와 거리가 있지만 그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이 있다. 또한 일처다부제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데, 거기에도 엄격한 법이 있다. 남편이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하려면 반드시 첫 번째 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만약 동의를 얻지 못하면 아내에게 전 재산의 60%를 주어야만 한다. 세 번째 부인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두 부인에게 전 재산의 60%를 주어야 하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모계제도와 부계제도가 섞여 있는 결혼제도는 히말라야 산악지대 전역의 독특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발생하는 인구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지만 십여 년 전 부탄 여행을 했던 사람의 말을 들어보아도 부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곳저곳 건물이 올라가고 도시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바깥 문명이 흘러들어오고 카페와 주점은 밤늦도록 사람들로 붐볐다.
탁상사원을 올라가는 산길 한 모퉁이에 우리나라 산에서 볼 법한 돌멩이를 쌓아올린 탑이 있었다. 물어보니 “산에 가지고 온 것이 없지만 이 자연이 오래도록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돌멩이 하나 올려 만든 탑”이라고 한다. 그저 개인의 소원을 비는 우리네 돌무더기와 얼마나 다른가. 그러니 부탄은 우리와 다른 기준의 행복을 가진 나라가 틀림없다.
명법 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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