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몇번 안한 정부…정치권은 개정법 발의, 은행은 토종비트코인 계획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 대응이 더 빨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장은 점점 커지고 해외 각국들은 관련 법을 속속 정비하는 상태다.
20일 정치권,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가상화폐에 관련해 정부 합동 대책회의를 다시 열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관계부처인 금융위가 지난 11월 기재부, 한은, 금감원 등과 함께 ‘가상화폐제도화 TF’ 운영 관련 회의를 처음 열었고 지난 3월 회의가 한번 소집됐다. 이후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가 최근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것에 대해 금융위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가 아직 화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여서 금융위의 운신 폭이 좁다. 그래도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금융위가 급변하는 가상화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 간 이견이 가상화폐 정책을 손쉽게 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감독 정책기관인 금융위보다 검찰이 더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이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다단계 등으로만 기소했는데, 관련법이 정비되면 수사당국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관련성이 적은 기관들은 회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안다”며 “또 금융위와 금감원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정치권은 정부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통화 규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5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추고, 가상통화 취급업을 수행하려면 인적 물적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해당 법안발의에는 기동민, 김관영, 김두관, 김해영, 민병두, 박영선, 심상정, 정인화, 최명길 의원이 동참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은 가상화폐 기술인 블록체인 관계 협회와 공동행사를 갖는다. 지난 11일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가 공식 출범했고 오는 23일 의원실과 협회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가상화폐와 밀접한 은행권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아예 자신들만의 가상화폐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16일 우리은행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인 ‘위비코인(가칭)’을 연내 발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권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한국산 가상화폐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규제를 이미 시작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비트코인 거래소가 돈세탁 규정을 위반하면 해당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에선 이미 합법 거래소가 등장했으며 호주 정부는 전자화폐 공급자들을 자금세탁 규제 당국의 감독 아래에 두는 개혁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에도 가상화폐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채권이 발행하기까지 했다. 특히 중국은 비트코인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8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비트코인 전 세계 거래량의 90%를 중국의 거래소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이 워낙 세서 중국은 기존의 비트코인을 신규 코인인 비트코인캐쉬로 분리시키기도 했다.
한 가상화폐 업종 관계자는 “규제도 필요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을 활성화할 정부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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