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지정 의뢰비 최대 60만원·조사 가능 성분은 30여종에 불과
일부 기관, 장비도 제대로 안갖춰
소비자가 구입한 계란에 농약 잔류 여부가 의심돼도 현행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안전성 유무를 확인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지정 축산물 시험·검사기관들이 개인 소비자들의 분석 의뢰를 받지 않는 데다 설령 받는다 해도 최대 60만 원에 달하는 과도한 비용 탓에 외면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검사를 한들 검출되는 성분이 30여종에 불과하고 심지어 일부 기관들은 장비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식약처와 소비자 등에 따르면 계란 등 축산물에 대한 성분 분석 시험ㆍ검사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적으로 34개소다. 이 가운데 경인식약청 관할 기관은 총 16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은 농축산물에 대한 농약 잔류 여부 등을 검사 등을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축산물 시험ㆍ검사기관으로 지정할 당시 분석 의뢰 대상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있음에도 경인식약청 관할 16개소를 포함한 전국 대다수 시험·검사기관은 개인 소비자들이 신청하는 분석 의뢰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인청 관내 검사 기관을 확인한 결과, A 검사기관은 소비자로부터 의뢰를 받았음에도 ‘업체만을 상대로 성분 분석 의뢰를 받는다’는 이유 등으로 성분 검사를 거부했다. B기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검사기관도 ‘장비가 갖춰지지 않아 힘들다’, ‘할 수는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든다’며 사실상 성분 의뢰를 받지 않았다.
C검사기관 관계자는 “개인 소비자 분석 의뢰는 받지 않고 있다”며 “업체 의뢰만 받고 있기 때문에 계란을 생산한 업체에 성분 분석을 요청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검사기관은 소비자 개인보다는 업체 위주로 검사를 의뢰받아 대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분신을 초래하고 있다. 비용 또한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소요돼 사실상 소비자들이 성분 분석을 의뢰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주부 강현지씨(32)는 “계란이 가장 비쌌을 때도 한 판에 1만 원 내외였다”며 “아무리 불안하다고 해도 이보다 몇 십배나 되는 돈을 쓰며 분석 의뢰를 맡길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농산물처럼 계란 등 축산물도 상태가 의심되면 소비자가 자유로이 분석 의뢰를 할 수 있게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소비자가 분석 의뢰를 할 수 있어야 소비자 감시기능이 강화되는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양계 농장에서 여름철 닭 진드기 문제의 해결을 빌미로 살충제 등 농약을 무자비하게 살포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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