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강화했지만… ‘베짱이 택시’ 활개 여전

5분→2분 정차로 규정 강화 불구 수원역 불법주정차 달라진게 없어
市-팔달구청 ‘책임 떠넘기기’ 급급 경찰도 인력문제로 난색 대책시급

24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9번 출구 앞. 편도 3차로 가운데 끝 차선을 7대의 택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가 좁아지는 시작점인 탓에 택시들을 피하려 아찔한 곡예운전과 경적 소리가 이어졌다. 한 차선을 통째로 집어삼킨 택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울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자 박지명씨(27)은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승객의 입장에선 편하겠지만 운전하는 입장에서 이 길을 지나는 건 고역”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불법주정차 단속을 교묘하게 악용한 이른바 ‘베짱이 택시’(본보 2015년 7월8일 6면)가 단속 규정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팔달구청에 따르면 수원역 9번 출구 앞 도로는 택시들의 불법주정차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시민들의 민원도 잇따르는 곳이다.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택시들이 긴 대열을 형성한 채 차선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명백한 불법주정차 행위지만, 단속되는 건수는 월평균 5건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팔달구청이 지난해 8월2일부터 무인카메라 단속 기준을 기존 ‘5분 정차’에서 ‘2분 정차’로 강화했지만, 무인 단속카메라의 특성상 2분 동안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면 단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택시기사들은 1m씩 야금야금 이동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다. 

20년 넘게 수원에서 택시를 운전한 K씨(60)는 “웬만한 택시기사들은 어떻게 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는지 안다”며 “단속 시간이 5분에서 2분으로 줄었을 뿐, 규정이 강화돼도 사정은 똑같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계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팔달구청과 수원시는 서로 담당 업무가 아니라며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고, 경찰 또한 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팔달구청 관계자는 “택시가 승강장 이외의 구역에서 영업하는 것은 시에서 단속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원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불법 단속은 엄연히 구청의 업무”라며 “경찰도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관할 경찰서인 수원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인력으로는 교통사고 예방 업무에 집중하기도 벅차다”면서 “지자체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돕겠지만, 자발적으로 나서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수습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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