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 기업 아닌 대한국민 기업이다’ / 삼성이 새삼 가져야 할 경영철학이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검과 변호인 모두 즉각 항소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기 위해 재단출연과 최씨 모녀 일가를 지원했던 것”이라며 일부 무죄가 나온 부분의 유죄를 강조했다. 삼성 측은 “1심 판결은 법리 판단과 사실인증 모두에 대해 법률 논리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유죄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 전부 다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규칙에 의하면 1심에 나오지 않은 증인의 경우 증인신청으로 재판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을 경우 등에만 신문이 가능하다. 50여 명의 증인이 출석하며 6개월을 소비했던 1심에 비하면 그만큼 짧아질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연말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검과 삼성측 논리 대결, 그리고 이에 편승한 여론의 충돌이 그때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 기간 휘둘리게 될 삼성이 걱정이다.

일단 25일 1심 선고에 의한 국제적 평가는 다행스럽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와 ‘안정적’ 신용전망 등급을 유지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삼성전자에 대해 더블에이마이너스(AA-)와 ‘안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이 길어질 경우 발생할 등급 하락은 경고했다. 급변하는 기술 기업의 특성상 전략적 결정과 중요한 투자가 지연될 경우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으로서는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야 할 상황에 온 것이다. 그 특단의 대책은 바로 ‘총수 없는 자력 경영’이다.

앞서 피치와 S&P가 지금까지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데는 지난 6개월간의 경영 실적이 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올 2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냈다. 80억달러 규모의 하만 인수를 마무리한 것도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를 넉넉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반도체 사업부의 수익성이 여전히 탄탄하다. 스마트폰 사업부도 양호한 영업실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삼성이 입증해 보인 자생력이다.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다. 계열사 시가 총액이 시총의 20%를 육박한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엄연하고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늠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은 삼성이 갖은 위와 같은 경제 비중이었다. 많은 국민이 바로 이 점을 걱정하며 지켜본 것이다.

1심은 징역 5년이다. 총수 궐위(闕位)가 5개월여, 또는 그보다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제모습찾기에 나서야 한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런 결단의 시기가 왔다. 그룹 경영의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 중단했던 투자 결정도 추진해야 한다. ‘총수 부재로 기업이 위기다’는 먹혀들지 않았다. 실패한 소송 전략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래저래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경영 시스템의 완벽한 복원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