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日상공 통과…일본 열도 '패닉'

북한이 29일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를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바로 자국 영공 위를 지나가는 발사체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폭거” 등의 용어를 동원해 강력 비난했다. 미사일이 일본 본토 상공을 통과하면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곧바로 열렸고, 전국경보시스템과 방송 등을 통해 미사일 발사 소식이 신속하게 전파됐다. 일부 지역에선 피난 권고까지 내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분 뒤인 이날 오전 6시2분쯤 관련 내용을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통해 자동 전파했고, 일부 지역에 피난을 당부했다.

 

대상 지역은 홋카이도, 아오모리, 이와테, 도치기, 나가노 현 등 12개 지역이었다. 각 지자체의 옥외스피커나 휴대전화 긴급속보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발신됐다.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을 알리면서 해당 지역에 피난하라고까지 전한 것은 처음이다.

NHK도 미사일 발사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주요 신문들도 호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도호쿠·조에츠·호쿠리쿠 신칸센과 수도권 전철 등 일부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며 “심각하고 중대한 위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발사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에도 함북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 ‘대포동 1호’가 일본 아오모리현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 실제로 일본 본토 위를 통과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북한은 당시 이를 두고 평화적 인공위성 개발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사거리가 2천800㎞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 확인됐다.

북한은 또 2009년 4월 ‘대포동 2호’의 개량형인 ‘은하 2호’를 발사, 이 중 1단은 일본 아키타현 앞바다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동북 지방의 하늘을 통과했다.

또 2012년 12월에도 북한 미사일 ‘은하 3호’가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지난해 2월 북한이 동창리에서 쏜 탄도 미사일도 오키나와현 상공을 통과했지만 이때 역시 북한은 국제기구에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1998년 ‘대포동 1호’와 2009년 ‘은하 2호’까지 두 번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NHK에서 이번 미사일의 일본 열도 통과가 네 번째라고 보도한 것은 2012년 ‘은하 3호’나 지난해 ‘광명성 4호’가 오키나와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북한이 국제기구에 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을 향해 발사체를 쏜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처럼 사전 예고도 전혀 없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라 볼 수 있다. 미사일의 특성이나 도발 강도 등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강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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