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라인드 채용이 사진업계 붕괴로 이어질지도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됐다. 적용대상은 공공기관 332곳과 지방공기업 149곳 등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발주기업까지 가세하게 되면 블라인드 채용기업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학력과 스펙으로 우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채용시장의 불균형을 깨자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는 개인정보의 기재가 극히 제한된다. 학교명, 전공, 성적 등 학력사항을 기재하지 못하며 사진, 키, 체중 등 신체조건도 금지된다. 그밖에 가족사항이나 출신지 등 모든 업무 외적인 부분을 배제하여 채용의 기회를 고르게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발표되자 조사된 리얼미터의 7월10일자 여론조사는 찬성 68%, 반대 23%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의 목적이 차별을 없애기 위함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그에 따른 역차별을 거론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등 시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여파가 난데없이 사진관으로 튀었다. 입사지원서에는 으레 사진을 찍어 붙이는 게 고정관념화 되어왔다. 그러나 입사지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가업으로 이어오던 사진관을 폐업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대중화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증명사진을 찍으려는 손님들이 줄어든 마당에 블라인드 채용으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사진관 업주들로 구성된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업계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기업 등으로 범위가 한정된 블라인드 채용제도가 민간기업까지 확대된다면 사진업계의 위기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우리 사회는 학력과 출신지만으로 채용이 결정되는 사례도 보아왔다. 지방대 출신과 특정지역 출신들이 서류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서류심사 과정에서부터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잘못된 채용시장을 바로잡아 모든 이에게 평등한 채용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시도로 찬성할 일이다.

그러나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사항 확인도 안 되는 여건에서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어려움과 학력도 경쟁력이라는 교육열이 높은 우리만의 교육열기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블라인드 채용의 묘를 살리면서 관련업계의 피해도 줄일 수 있는 묘책도 같이 생각해내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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