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연구·고증·경험 통해 속도 위주로 살고있는 현대인에 걸을 수 있는 공간 필요성 강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이자 2010년 <유튼리터>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인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걷기’에 대해 내린 정의다. 그가 최근 발간한 <걷기의 인문학>(반비 刊)의 부제이기도 하다.
<걷기의 인문학>은 다양한 인간관계의 역사를 통해 걷기라는 가장 보편적인 행위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걷기와 생각하기, 걷기와 문화 사이의 관계와 연결 고리를 찾아내며, 속도 위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걷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책은 총 4부로 돼 있다. 1부에서는 걷기를 사유의 방법으로 택한 철학자들과 걷기를 통해 영감을 얻은 작가들의 삶을 살피고, 2부에서는 걷기의 다양한 형태, 특히 평화적인 저항의 방법으로서 걷기를 살핀다. 3부와 4부에서는 익명성과 다양성을 지닌 도시의 거리를 문학작품과 역사 속에서 살펴보며, 또한 억압받던 여성의 지위도 걷기를 통해 풀어낸다.
무엇보다 책은 사실적이다. 단순 에세이 형식이 아닌 텍스트 연구와 고증은 물론, 두 다리로 직접 걸어 다니고 경험하며 써 내려갔다.
걷는 사람들과 그 모임, 걷는 장소들, 걷기의 형태와 종류, 걷는 일을 담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걷는 신체의 구조와 진화,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등 걷기의 거의 모든 요소와 측면을 총망라해 궁극적으로 걷기라는 행위가 인간에게 갖는 의미와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 한국인 독자들을 위한 ‘한국어판 서문’을 함께 싣기도 했다. 서문에는 “지난해 한국인들이 부정한 정권에 맞서 뭉치는 모습은 감동적이고 경이로웠습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습니다. 공적 공간으로 걸어 나오는 비무장 시민들이 엄청난 힘이라는 것, 때로 자치의 힘이기도 하고 때로 압제 정권, 불량 정권을 막아내는 힘이기도 하다는 것은 이 책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이하 생략)”라며 이 책의 주요 주제이기도한 2부의 평화적인 저항의 방법으로서 걷기를 강조했다.
또 지난 25일 책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책은 자꾸 육체에서 벗어나고 실내에 국한된 활동을 하고 인터넷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에 저항하는 의미로 쓴 책”이라며 “미래는 불확실한 만큼 우린 언제나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베카 솔닛은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현장운동가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남자들은 나를 자꾸 가르치려 든다>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이 있으며, 구겐하임 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상, 래넌 문학상, 마크 린턴 역사상 등을 받았다. 값 1만9천5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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