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하고도 단단한 수필집 ‘행간을 읽다’…부천여성문학회장 역임한 한솔 조병록 글집 내놔

▲ 표지-행간을 읽다
“아버지 삶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와중, 어려운 시절에 아버지는 나를 공부 시키셨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공부했다 세월이 많이많이 갔다. 한 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반 발짝씩 늦었다. 아버지를 위해서 나는 무엇인가 되었었음 돈도 많이 벌었었음 겁이 났다. 아주 늦게 글을 씁니다. 그리움, 못다 한 모든 것 사랑도 아, 아 나의 언어가 가난하여 행간에 담았습니다. 아버지께 이 글집을 드립니다.”

 

부천여성문학회장을 역임한 수필가 한솔 조병록이 최근 펴낸 글집 <행간을 읽다>(소소리 刊)의 서문이다. 한 편의 시 같은 서문에서, 진정성을 바탕으로 피어나는 뭉클한 감동은 그의 수필집 곳곳에서 이어진다.

 

저자는 2004년 <수필문학>으로 등단, 부천여성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 화가로도 활약해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로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현재 진도의 한 폐교를 인수해 진도 솔마루미술관을 설립하고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책은 ‘봄이 오면’ ‘미술관이 있는 섬’ ‘인사동 풍경’ ‘왕의남자’ 등 총 4장으로 구성했다. 1997년부터 최근까지 집필한 40여 편의 작품이 드러내는 저자의 사유는 따뜻하면서도 단단하다.

 

첫 번째로 수록한 글 ‘해피데이 가족’부터 오롯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퇴직 후 귀촌해 오일장에서 사다 기른 병아리가 ‘꽃닭 해피데이’라는 이름을 얻고, 삵이 머리를 물고 가다가 놓쳐 머리털이 자라지 않는 상처를 입은 암탉 ‘구사일생’이 부부의 연을 맺고, 그렇게 탄생한 병아리들이 서열 다툼하며 자라는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작은 장닭을 꽃닭으로 분류하는 심성은 따뜻하지만, 가족 간 치열한 싸움을 묘사하는 부분은 거칠면서도 단단하다. 또 글을 읽다 보면 ‘행간’과 맞아떨어지는 작가의 문인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이와 관련 최홍규 문학박사는 “각 편의 글들을 통해 필자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나 파스칼의 <팡세>처럼 인간의 삶과 죽음, 생활인, 예술가로서의 입장과 관계 속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사유와 예술적, 신앙적 감성이 투영된 교훈적이고 아폴리즘적인 단상을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 “작가의 글씨, 그림, 글이 함께 어우러져 완전성을 지향하려는 그 전인적인 목표에 비중을 두고 평가하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값1만2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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