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곳 중 10곳이 한계 넘어서
공동보존도서관 설립 지지부진
인천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만8천592권의 책을 내다 버렸다.
도서관에 책을 진열 하거나 따로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다. 쓰여질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정신적 소산물인 수많은 책들이 보관할 곳조차 없어 버려지는 안타까운 일이 이 곳에서는 매년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중앙도서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계속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책 보존을 위한 별도의 도서관이 지역에 없기 때문이다.
31일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인천시로부터 의뢰받아 내놓은 정책연구과제 ‘공동보존도서관 건립 및 운영 방안’에 따르면 시립도서관 8곳, 인천시교육청 운영 도서관 8곳 등 16 곳 중 10곳이 보유 책 수가 보존 가능한 책 수의 한계를 넘어선 것(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조사됐다.
당장 여유로운 미추홀도서관, 청라호수도서관, 청라국제도서관 등 5곳도 오는 2027년이면 모두 보존 공간이 부족할 전망이다. 또 이들 도서관에서 보존 가능 수를 넘어서는 책 수는 중복률 30%을 제외하고도 194만4천510권에 이른다.
인발연은 이를 토대로 6천834(제곱미터 단위) 규모의 공동보존도서관 설립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발연의 정책연구과제가 나온 이후 9개월여가 흘렀지만 공동보존도서관 설립은 지지부진하다. 이날 현재 시는 공동보존도서관에 대한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다른 문화예술 사업 등에 밀려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구체적 논의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가 올해 초 공동보존도서관 설립 부지로 엿보던 남동구·계양구·연수구 내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유휴부지는 이미 다른 개발 사업들에게 선점당한 상태다.
시가 주력하는 뮤지엄파크에 들어가는 것도 고려됐지만, 시민에게 개방하는 형태로 추진되는 공동보존도서관의 취지와 서로 어울리지 않아 퇴짜를 맞았다. 미추홀도서관을 증축하려 해도 장서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문제와 필요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불가했다.
사실상 내년도 시 예산에 공동보존도서관과 관련된 예산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설립 부지를 찾지 못하는 이상 기본계획 수립도 어불성설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지난 2015년 유네스코가 책의 수도로 지정한 인천이 지식의 산물인 책을 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언제쯤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공동보존도서관이 설립될 때까지 매년 수만에서 수십만 권의 책이 버려지게 될 판국이다.
시 관계자는 “부지 문제만 좀 해결된다면 기본계획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 작업이 녹록치 않다”며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공동보존도서관 관련 예산을 설립하기 어렵겠지만 부지가 확보된다면 추경에서라도 편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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