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2월 부산 북구 조리원서 출생
이듬해 미국 입양… 27년만에 ‘한국행’
뇌성마비 딛고 간호학 공부 ‘당찬 숙녀’
“부모님께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저 그분들은 어떤 분인지와 나를 입양보낼 당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만 알고 싶어요.”
28년 전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을 갔던 이연희씨(29ㆍ여)가 지난달 30일 인천에 도착 후 눈물을 글썽이며 한 말이다.
이연희씨는 지난 1988년 12월 부산 북구의 한 조리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그는 조산아로 출생했으며 뇌성마비에 등에는 혈관종까지 나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이씨는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다른 가정에 위탁됐다가, 태어난 다음 해인 1989년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현재 이연희씨는 (사)해외입양인연대가 주최하는 모국방문행사단에 참가해 친부모 찾기를 벌이고 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곧바로 해외입양인연대 관계자와 함께 인천으로 향했다. 입양기관을 수소문한 끝에 친어머니가 인천 어딘가에 살고 있단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연희씨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는 김모(23)씨였으며 어머니는 이모(19)씨였다. 이 씨의 친어머니는 완도에서 6남 2녀 중 막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어머니는 중학교 졸업 후 부산으로 이사해 신발공장에서 일을 했었다.
이연희씨는 당시 입양기관에서 임의로 이름을 지어줘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진 않았다. 현재 이 씨는 미국 시애틀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있다.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하지만, 지금은 어린이 환자들을 돕겠다는 신념으로 재활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내가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졸업 후 간호사가 돼 어린이 환자들을 돕고 싶다” 고 말했다.
해외입양인연대 관계자는 “친부모가 이연희씨와의 만남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생각이 필요하겠지만 그는 친부모를 원망하지도 않고 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며 “그저 입양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와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만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연희씨 가족에 대해 알고 있다면 해외입양인연대(02-325-6585/6522, 010-9110-6522)로 제보하면 된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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