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 알바 하실분” 워킹맘은 괴로워

맞벌이 부모들은 참석 못해 아이가 학교서 불이익 받을까
학부모회 등쌀에 ‘전전긍긍’ 교통봉사에 가족까지 동원

경기지역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최여진씨(가명)는 최근 지역 맘 카페에 ‘녹색어머니회’ 아르바이트 공고를 냈다. 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씨는 월차를 자유롭게 내지 못하는데다 오전에 수업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공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직업 특성상 ‘녹색어머니회’ 참석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다른 학부모들에게 눈치가 보일 뿐만 아니라 ‘혹시나 아이가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하는 생각에 하루 3만 원 아르바이트 공고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이서경씨(가명)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온 가족을 동원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이씨는 남편은 물론 할머니, 이모, 고모 등에게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부탁했다. 이씨는 “워킹맘이라 남편에게 5일 정도 부탁했지만, 일주일을 더 서야 한다는 소식에 다른 가족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학을 맞은 도내 초등학교 학부모 상당수가 ‘녹색어머니회’ 참여를 놓고 회사와 학교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들은 “녹색어머니회 활동은 ‘하는 엄마만 한다’”는 학부모회 등쌀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가족까지 동원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초교에서 ‘녹색어머니회’ 참여를 의무화하면서 워킹맘들의 고충은 더해지고 있다.

 

이에 지역별 맘 카페 등에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에 참여할 아르바이트 구인 글이 활발히 게재되고 있다. 군포시 녹색어머니회 한 관계자는 “녹색어머니회 참여가 일부 학교에서 의무사항으로 지정되면서 아르바이트, 가족 동원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깃발 자세가 불량하거나 제복을 제대로 입지 않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초교 관계자는 “학부모 대부분이 녹색어머니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학교 입장에서 학부모들의 참여가 활발하면 좋지만, 자발적이지 않은 일이 자꾸 벌어져 안타깝기만 하다”고 전했다.

 

한편 ‘녹색어머니회’는 어린이 등하굣길 교통안전지도와 학교 주변 스쿨존 홍보활동 등에 참여하는 학부모 봉사단체다.

정민훈·수습 최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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