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마침내 부산시민의 숙원사업을 이뤄냈다. 내년에 부산시장으로 나오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정부는 지난 8월24일 열린 제4차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해운산업 지원을 전담할 기관의 이름을 한국해양진흥공사로 하고 내년 6월까지 부산에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부산지역 경제계는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조기대선 당시 ‘해양수도 부산’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31일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해운·조선 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위해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자본금만 5조원 규모다. 부산 출신 국회의원인 김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앞장섰던 지역의 주요 현안을 시원하게 실현시킨 거다. 반면 대선 당시 항만 관련 대통령 공약이 하나도 없는 인천은 대관절 어찌된 영문일까.
새 정부의 해양수산 분야 국정과제는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이다.(100대 국정과제 중 80번)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해운 전체의 구조적 위험이 드러났고,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해운경기 급등요인도 없다보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조합 설립해 한국해운 재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중국처럼 친환경 폐선보조금 확보와 국가안보선대의 단계적 정부 발주 추진 등 국가필수해운제도를 도입해서 힘겨운 조선업도 살리겠다는 거다. 한데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해양항만정책이 점차 부산항 중심체제로 구조화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부산 신설과 더불어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의 전면적인 부산 이전까지 감안하면 ‘해양수도 부산’ 공약은 헛구호가 아니다. 부산 쏠림 현상이 현실화되는 거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항만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허브로 육성하고 나머지 광양(산업중심), 새만금(환황해 경제권 거점), 인천(수도권 거점), 포항(철강), 울산(에너지 허브) 등의 항만은 특화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항만배후단지 부가가치사업 확대, 해양산업클러스터 확대 등의 사업마저 부산항 등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나서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논란이 된 투-포트(부산·광양 항만 중심개발) 정책을 개선하진 못할망정 아예 부산항 위주의 원-포트 정책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반면 인천항은 신항 제1항로 준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항만 경쟁력을 좀 먹고 있다. 정부 예측 잘못으로 비롯된 매립토 부족 문제로 배후부지 조성이 늦어져 기업 유치가 어렵게 됐다. 항만배후부지 개발 시 형평성 있는 정부지원 및 세제혜택 요구도 반영되지 않아 높은 임대료 때문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정 항만도시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 인천항에선 여전한 현안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인천항에 애정이 없는 중앙집권적 낙하산 인사에, 인천 소재 해양항만 관련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이란 위협까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고 있다. 새 정부는 국정 목표와 전략으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골고루 잘 사는 균형 발전’을 역설했지만 인천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인천과 같이 소외된 항만도시들이 들썩일 만 하다. 이에 ‘항만산업 균형발전’ 특별법이 필요한 거다. 서울 집중현상을 빌미로 인천·경기를 묶어놓고는, 자신의 집중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해서야 되겠는가. 인천 정치권이 각성할 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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